백년만의 폭설에 묻혀버린 가을의 정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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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림에 사는 한 3년 동안 가을 단풍을 구경 못했더니, 베이징에서 맞는 올가을은 유난히도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아침 저녁의 출퇴근길과 교정에서 바라보는 은행잎 단풍들은 타국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친근하게 다가와 모처럼 마음에 포근함을 가져다 주기도 했습니다.

일기예보에서 연일 단풍구경의 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보도와 함께, 단풍구경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라는 예보가 있을 때마다 시간을 내어 단풍으로 유명하다는 샹산에 가족들과 함께 꼭 올라가 봐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목요일 저녁 내린 단 한차례의 폭설로 하루밤 새에 가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갑자기 겨울세상으로 바뀌어 버렸네요. 큰 눈이 내리고 기온이 뚝 떨어질 것이라는 예보가 있긴 했었지만 이렇게 정확하게 맞아떨어질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밤새 눈이 얼마나 내렸던지 이튿날 아침 일어나 창밖을 보니 세상은 온통 하얗게 변해있더군요.

금요일 아침의 베이징 출근길은 그야말로 교통지옥이었습니다. 우리 학교야 다행히 시내 중심에서 벗어나 있어 큰 혼잡은 면했지만, 시내에서 출퇴근하는 몇분 선생님들의 말에 의하면 보통 난리도 아니었다 합니다. 지하철에 두시간여를 갇혀 있는 바람에 3교시 시작때가 되어서야 얼이 빠져 나타난 선생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철만난 개구장이 아이들은 눈싸움을 하느라 다 젖은 신발 옷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즐거워 하더군요.

아침 출근길에 가로수와 화단의 나무들이 모두 눈의 무게를 못이겨 쓰러져 있거나 축 휘어져 있는 걸 보았습니다. 그렇게도 가벼울 것 같은 눈송이가 나무를 쓰러뜨리고 가지를 꺾다니... 옛 시인의 묘사가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눈오는 밤 (백거이)

이부자리 차디차 깨어나서는
창밖이 환하여 다시 보았네.
이 밤 눈이 많이 쌓이나보다.
대나무 부러지는 소리 들리게.

夜雪 白居易
已訝衾枕冷, 復見窓戶明.
夜深知雪重, 時聞折竹聲.



이제 성큼 다가온 겨울을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길고도 칼바람 매서운 베이징의 겨울을 어떻게 하면 삭막하지 않게 보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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