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근교의 산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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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에 이사온 지 벌써 일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요즘 사스에 관한 보도가 다시 화제가 되다보니 작년 북경으로 이사오자 마자 겪었던 무시무시한 소동이 되살아납니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작년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당했지만 이제는 모두가 주의하고 있으니 절대로 그런 상황이 다시 벌어지지는 않을거라고 합니다.

일년이 지났건만 저는 북경에 사는 것이 적응이 안됩니다. 늘 임시로 머무는 듯한 느낌만이 있을 뿐 정착했다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가 않습니다. 도시가 너무 거대하고 기후가 너무 건조하며 무엇보다도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여러 혼란스러움들 속에서 마음의 안정과 여유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이 큰 도시에서 사람들은 돈은 벌을 수 있을지 몰라도 뭔가 진짜 소중한 것은 얻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도 오지 않아 파삭해진 주위환경 속에서 내 안의 수분조차 다 말라간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을 때 저는 반가운 정보 하나를 알게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한인사회에 등산동호회가 있어 매주 산행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의아했습니다. 만리장성 빼고 북경에 산이 어디 있다고? 주위를 둘러보아도 산이란 보이지 않는데. 그러나 설명에 의하면 베이징 외곽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1시간 반내지 두세시간만 가면 등산하기 좋은 산이 아주 많다고 합니다. 게다가 등산하는 사람이 적어 한적하고 오붓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사실 등산은 전혀 좋아하지 않지만 자연이 그리운 터라 저는 만사를 제쳐놓고 따라나섰습니다. 처음 가본 것은 연화산이었는데, 산봉우리의 바위가 마치 연꽃처럼 생겼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가보니 정말 심청이가 타고 인당수에 떠올랐음직한 커다란 연꽃 봉오리가 산정상에 올려져 있었습니다. 까마득하여 감히 올라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어찌어찌 가다보니 저 역시 연꽃 속에 앉아볼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간 곳은 백천산, 산에 백개의 샘이 있다하여 지어진 이름이라는데 등산길 옆으로 내내 잔잔한 물이 흘러내려 너무나 좋았습니다. 정말 오랫만에 들어보는 계곡물 소리에 그동안 찌들었던 공해의 때가 다 씻겨나가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는 연 2주 계속된 산행에 몸살이 나서 자연도 좋지만 역시 무리하면 안되겠다 싶어 자제하였는데 노동절 긴 연휴에 아이들 데리고 나가자는 제안이 있어 다시 가까운 은산을 찾았습니다. 무엇이 은빛으로 빛나서 이 산으로 은산이라 이름짓게 했을까? 솟아있는 바위? 빛에 반짝이는 나뭇잎? 그러나 군데군데 흙이 하얀 것을 보니 석회석 때문일 것 같기도 합니다. 금나라 때 지어진 탑으로 유명한 이곳은, 사찰은 이미 없어지고 고승들의 사리를 모신 탑들이 하늘을 이고 서 있었습니다. 푸른 하늘 푸른 산도 좋았지만, 커다란 향로에서 퍼져오는 향 내음과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이색적인 독경소리 또한 좋았습니다. 막연하지만,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그리고 어느 종교를 믿든간에 거기에서 의미를 찾고 그 가치를 믿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에 북경에 계속 살아야 한다면 제가 적응을 하는 수 밖에 없겠지요. 북경에 있는 동안은 없는 강을 그리워하기 보다는 있는 산을 사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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