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인이 싫어요" - 한류에서 염한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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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의 한인촌 한 아파트에 얼마전 한국인 임차인들에게 보내는 공문이 곳곳에 나붙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붙인 것인데 이곳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은 좀 자중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오밤중까지 고성방가 한다든가, 술에 취해 주정을 부린다든가,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과속으로 달리는 것 등 주변 이웃사람들을 고려하지 않는 행동들을 좀 자제하여 양국의 국민들이 서로 화합하여 지내자는 내용이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한 생활정보지에도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역시 한국인이 많이 사는 한 아파트에서 어떤 중국 아주머니가 마이크를 잡고 "나는 한국 사람들과 함께 살기 싫다, 제발 여기서 떠나가라"고 시위를 하였는데 그 광경을 지켜보던 출근길의 중국인들이 "옳소, 옳소"하고 동조를 하였다는 내용이다.

최근에 한국에서 온 아이들을 중국학교에 입학시키는 일을 도와준 적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받은 충격은 차라리 경악의 수준이었다. 나는 이제껏 중국학교들은 한국 유학생들을 "봉" 으로만 생각하는줄 알았었다. 그러나 그건 어제까지의 사실일 뿐이라는 것 깨달았다. 중국에 살면서 그동안 여러차례 한국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입학상담을 해주었지만 이렇게 찬밥 대접을 받아보기는 처음이었다. 봉도 좋지만 이미 그 봉이 넘쳐나고 있으니 귀찮고 문제가 많다는 태도였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살고있는 아파트 안에 있는 한 학교에서는 아예 외국학생을 받지 않는다 했고, 한 학교는 한반에 3명까지만 받고 있다고 했다. 아예 국제부를 설치해 놓고 적극적으로 외국학생을 받는 학교는 웨이팅을 해야만 하는 상황인데 기부금이 상상외로 비싸다.

예전에는 택시를 타면 택시기사들이 매우 호의적으로 "당신은 한국인인가? 당신네 나라는 우리보다 참 잘산다. 당신은 중국에 왜 왔는가? 당신은 무슨 직장에 다니는가? 월 수입은 얼마나 되는가?" 등등을 호기심 가득하여 물어보곤 했었다. 이제는 -적어도 한국인이 많이 사는 이 곳에서는- 그런 것을 물어보는 기사도 없을 뿐더러 한술 더떠서 "도대체 이 많은 한국사람들이 여기 와서 다들 뭣해먹고 사느냐"고 물어볼 정도이다. "한국사람이 이렇게 다 중국으로 오면 한국에는 한국사람이 없겠다" 라는 말도 들어보았다.

물론 중국의 젊은 층에서 부는 한류의 바람은 아직도 거세다. 그들은 한국사람인 나도 잘 알지 못하는 가수나 그룹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패션을 그대로 모방하는가 하면 공연에 열광한다. 지난 주에도 천안문 광장 옆의 인민대회당에서 "중한 우호의 밤" 행사가 열렸다. 대회당을 가득 메운 인파는 강타, 이정현, 보아, 동방신기 등이 나올 때마다 열렬히 환호하였다. 앙드레 김 패션쇼, 리틀엔젤스 공연까지 곁들인 이 행사를 지켜보면서 한류의 열풍을 지속시켜나가려는 정부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이 한류의 열풍은 문화사업 뿐 아니라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게 하여 한국문화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한국어교육과정은 새벽부터 줄을 서야만 겨우 등록을 할 지경이다.

그렇다면 중국내에서 일고 있는 한국, 한국인에 대한 이 상이한 두 감정은 어찌된 일일까. 나는 그 원인을 한국인과 중국인 양쪽에게서 모두 찾아야 한다고 본다. 우선 단편적으로 분석해보면 처음에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서로가 좋았다. 그러다가 한국인들 스스로가 지적하듯 일부사람들이 돈좀 있다고 해서 지나치게 과시를 하거나, 중국이 좀 못살고 더럽다고 무시를 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중국인과 교포들이 자좀심이 상하고 상처를 입게 되었다. 중국인들 역시 IMF 전까지는 한국의 경제발전을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다가 IMF 이후 한국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겨우 요거냐하고 깔보기 시작했고, 오히려 중국의 경제가 승승장구하는 요즘 다시 예전의 역사적 관계-그들이 말하는 주종 내지는 형제의 관계-를 상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현재 한국인 밀집지역에서 가장 성업중인 점포들은 부동산 소개소이다. 소개업자의 말을 빌리면 한국인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방이 금방금방 나간다고 한다. 한국인들이 중국으로 많이 이주해오고 있는 것은 분명 하나의 추세이다. 이 추세는 앞으로도 한동안은 계속될 것이고 한국인과 중국인은 같이 어우려져 살아야만 한다. 과거 중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국민으로 단연 일본인을 꼽았었는데 이제는 적지않은 사람들이 한국인을 꼽는다하니 마음이 몹시 착잡하다. 부디 한류의 바람이 일부 중국인들 사이에 일고있는 염한증(한국인 혐오증)을 잠재우기를 바라며 오래도록 좋은 이웃으로 남아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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