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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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학기 C3 교수와 함께 전공선택 과목을 하나 강의하려고 했으나 학생수가 모자라서 폐강이 되버리고, 학부생들 연습문제풀이를 지도하고 있습니다. 1주일에 6시간짜리 수업중 4시간은 교수 두 명이 번갈아가며 수업을 하고, 나머지 두시간은 연습문제를 푸는데, 대개 연습문제풀이는 박사과정들이 맡습니다. 석사는 한국에서하고 박사학위는 독일 연구소에서 취득한 탓에 독일생활이 4년이 넘어간 아직까지 독일 대학수업에 참여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수업을 맏다 보니 이게 쉬운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연습문제 미리 풀어보고 학생들 레포트 채점하는데 드는 간이 상당히 많지만, 저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수업이 "재미"가 별로 없다는 겁니다. 사실 독일 대학생들과 접촉할 기회가 별로 없었던 저로서는 독일 학생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궁금했었고 그래서 수업을 통해서 독일학생들과 친해져보고 싶었는데, 두번의 수업시간을 같이 해본 학생들과 친해질 것 같은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수업에 참여하는 교수, 학생, 조교를 통털어 동양인은 저 하나라는 환경때문에 학생들이 외국인에게 더 낯을 가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수업에 관계되지 않은 것을 불어보면 잘 대답도 안하고. 게다가 독일사람들 처음에 친해지기 힘든건 익히 알고 있었던 사실인데, 어린 학생들과 친해지기가 나이 든 박사과정, 연구원들 사귀기 보다 더 힘든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독일사람들이 원래 어렸을땐 친절하다가 나이 먹어가면서 환경의 영향으로 불친절해져가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고 어린 애들은 원래 불친절한데 나이가 먹어가며 좀 나아지는 건가봅니다. 결국 독일애들은 타고나길 불친절한 사람들이라는 이야기가 되는데...(흠, 이건 그냥 제 현재 개인적인 느낌이 그렇다는 것인데, 일반화시키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요즈음은 한국에서 학부때 실험조교하던 선배들, 그리고 제가 대학원다닐때 후배들의 실험조교하던 생각이 부쩍 납니다. 우리학교는 학기초에 그 학기에 진행될 실험들에 대한 내용을 한달정도 세미나를 하고 나서 실험을 하게 되어있었습니다. 제가 학부2학년때 맡았던 실험세미나 주제는 흡착이었는데, 밤새 준비해간 세미나의 시작부분에서 흡착말고 흡수에 대해 설명해보라는 조교질문에 우물쭈물하다가, 준비해간건 하나도 발표못하고, 조교의 다음에 준비다시해오라는 말과 함께 3분만에 단상에서 내려와야 했던 기억이 납니다.{3분만에 쫓겨난건 거의 저희 과 기록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하여튼 그 조교는 당시 석사과정이었는데 흡착이 전공이어서 그랬는지 그 이후로도 절 특히 못살게 굴었습니다. 그외에도 질문에 대답잘못하는 여학생에겐 시집이나 가라, 남학생에겐 군대나 가라고 핀잔을 주던 조교, 세미나 시작하려고 하는데, 넌 얼굴에 개기름이 잘잘흐르는 걸 보니 어제 세미나 준비안했구나라고 시비걸던 그 조교의 만행이 기억납니다. 술만마셨다하면 조교는 씹는 안주가 되고. 그 조교는 제가 학부4학년때 대학원입학 시험준비를 하려고 물리화학 영어판교재를 읽고 있는데 와서, 넌 시간이 모자라서 영어공부랑 전공을 같이할려고 그러는구나, 그러게 미리 공부좀하지 하고 쯧쯧 혀를 차며 가더라고요. 참 기가막혀서리....
제가 조교를 할땐 어떤 후배가 흡착에 대해 설명을 잘못하길래 제가 지적을 하려고 하자 그놈이 그럽니다. 조교님 그럼 제가 흡수에 대해 설명해볼까요. 제 학부때 흡수사건이 후배들에게 까지 소문이 났었는지. 그래도 후배들과 지냈던 시간들이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대부분의 기억들은 술과 연관된거라, 기억이 또렷하진 않습니다만. 학기가 끝나고 종강파티땐 새벽까지 후배들과 술을 마시곤 했었는데. 오바이트에 대한 이야기는 밤을 새도 끝이 없을정도로 많죠. 여하튼 지금은 저도 흡착이라는 주제로 박사받고 포닥까지 끝내고 이곳에서 그룹을 이끌고 있으니, 흡착과는 질긴 인연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삽니다. 그리고 학부때 절 괴롭히던 그 조교는 나중에라도 만나면 흡착에 대해 깊은 대화를 한번 나눠봐야될것같은 생각이 듭니다.
하여튼 많은 추억들이 기억에 스쳐갑니다. 그런데 독일 생활에선 그런 추억이 많이 남을것 같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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