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학에서 교수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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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북경 대외경제무역대학교 한국어과의 객원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아무래도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중국 내 대학 교수들에 관한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 같다.

해외 대학에서 교편을 잡는 길에는 다음 몇 가지가 있다.

우선 한국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는 중 안식년 등을 얻어 교환교수로 나가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다. 물론 이 경우는 대개 체류 기간이 6개월에서 1년 정도로 시간적으로나 개인의 마음가짐이나 현지 교수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냥 한국의 복잡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휴식 겸 재충전의 기회를 갖고, 자녀들에게 외국어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한다면 너무 솔직한 말일까? 게다가 이 방법은 한국에서 전임급 이상이 되어야지만 가능하다는 원천적인 문제가 있다.

아무래도 현지 대학으로부터 직접 급여를 받거나, 자의든 타의든 최소한 5년 이상의 근무 시간이 확보되어야 소속감이 생겨 현지 교수라는 말을 붙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현지 채용의 경우는 상당히 드물고, 그 과정 역시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선 현지의 사정에 밝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수 년 간의 어학 코스를 거쳐 현지어에 완벽하게 적응되는 것은 필수이고, 또다시 현지 대학과의 인적, 물적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 어디를 가나 그어져 있는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핸디캡을 극복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현실적으로 중국에서의 현지 채용의 경우, 해당 대학에 유학을 왔다가 7-8년 이상을 지내다가 운이 닿아 채용된 경우가 100%이다.

실제 내가 알고 있는 현지 채용 교수는 남경대학교와 북경대학교 한국어과에 각 한 분 씩이 계시다. 두 분은 역사학과 동양철학 전공자로 모두 유학을 왔다 기회를 잡은 경우다. 일종의 원어민 교수로서 중국어에 능통하고, 학과의 발전에 한 몸 바쳐 종사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거기다 개인적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희생적인 ‘외유내강형’으로서 중국인들의 코드와 잘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디를 가나 다 마찬가지라고 하겠지만,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성향이 분명 있다. 그 성향에 맞춰 자신을 절제하고 노력하는 현명한 자세가 절실하다.

흥미로운 것은 내 경험 상 책에서 받을 수 있는 정보는 지극히 제한적이었다는 것이다. 거기다 한국에 있을 때 주변의 여러 사람들로부터 들은 <-카더라 통신>은 너무도 주관적이었다. 이런 정보들은 잘못된 선입견을 심어주어 실제 현지 생활에서 오히려 낭패를 볼 때가 다반사다. 현지 교수들과의 교류는 오랜 시간을 갖고 현지 적응의 충실한 과정을 거쳤을 때라야 가능한 일이라 본다.

현지 사업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청도 지역만 해도 그렇다. 불꽃처럼 일었던 한국 공장 열기가 거품처럼 사라진 지금, 그 후유증으로 지역 사회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랫동안 참으면서 지속적인 관심과 절제의 미덕을 발휘하는 것이 결국은 성공에 도달하는 길이다. 현지 채용 교수든 사업 성공이든 모든 게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종합적인 능력을 갖추고서 시운을 탔을 때 가능한 것이 중국 내 현지 채용의 경우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결코 간단치 않은 문제다. 다만 한국과 차이가 있다면, 한국만큼 연구 실적에는 목을 매달지는 않는다는 점이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같다) 학과에서 꼭 필요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 이후 학과장과 단과대학 내 서기 등 주요 행정직 두어 사람과 절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

단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예전에 한국 대학계에서 일부 선배들이 하던 대로 물량 공세만으로 해결될 거란 생각은 접는 것이 좋다. 어디를 가나 정신 나간 사람들이 있기는 마련이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지속력을 갖기가 어렵다. 여기는 외국이고, 우리는 외국인이다. 편법은 반드시 문제를 낳는다. 문제가 생겼을 때, 한국이라면 어떻게든 갖은 해결책을 동원할 수 있겠지만 이곳은 그야말로 물설고 낯설은 이국땅이다. 외국인에게는 그런 기회가 지극히 제한적이다. 막상 문제가 생기면 그들은 철저하게 남이 되고, 우리는 단칼에 쫓겨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분들이 지금 무엇을 필요로 하고 있는 지를 찾아내야 한다. 지금 그 학과에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가를 읽고 거기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분들을 만난다. 조금씩 수위를 조절해가며 관계를 보다 촘촘하게 엮어간다. 그 과정에서 학생 지도나 각종 활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한다. 이런 노력들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내 말에 콧방귀를 끼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 또한 조금 아는 분들은 2년이 채 못 된 시간에다, 북경 지역을 중심으로 관찰한 결과라 제한적이라고 비난하실 수도 있다. “웬 윤리 교과서 쓰니?”라든가, “그 분들이 원하는 게 물질적인 거면 어쩔래!”에서부터 “그래, 그렇게 해서 교수가 되디?”까지…….

하지만 나는 2008년 9월 중국에 온 이래 나름대로는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북경 내 9개 한국어과는 물론 1년 반 동안 15개가 넘는 도시와 그곳의 대학교수들을 만나면서 많은 생각과 느낌을 갖게 되었다. 아직도 이곳의 교수들 중에는 순수하고 열정적인 분들이 많다. 지금 중국 내 한국어과의 수가 180여 개를 상회하는 등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지만 조만간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결국은 이런 분들이 계신 한국어과를 중심으로 중국의 한국어 학계는 재편될 것이다. 거기서 우리 한국인 교수들이 해야 할 몫이 분명 있을 것이고, 그것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


* 다음 편에는 중국 현지 교수들의 대우와 한국어과의 사정, 외국인 교수 채용에 관해 이야기 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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