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드라마와 시청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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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과 교수로서 한국연예인은 구세주와 같은 존재다.
너도나도 학생들 사이에서 한국 가수나 배우에 대한 인기가 생각보다 높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에 대해 말할 때면 눈에선 총기가 발사된다.
우리들 사이에서 한국 연예인은 좋은 화제이다.

그런데 다들 한류니 뭐니 하면서 떠들지만 그것도 중국에선 시들해져가기 시작한 지 오래
다.
인터넷을 활용한 네트워크 덕택에 연예인에 대한 인기는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한국에서 뜨는 아이돌은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전국을 뒤덮는 슈퍼스타의 탄생은 요원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주간 단위로 발표되는 가요순위처럼 아이돌 가수들의 인기는 몇 달의 주기로 계속 바뀐
다.
그러고 보면 음악만큼 인간의 감정을 격변시키는 게 없다는 점에서 아이돌 가수의 폭발력
과 그 부침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거기에 비하면 드라마는 제법 지속적인 것 같다.
적어도 드라마가 방영되고 잘된 경우 남겨지는 여운까지 포함하면 적어도 4달이나 6달은
족히 대중의 시선을 붙들어 놓을 수 있으니 말이다.

몇달 전 중국인 시청자들을 경제적 능력에 따라 나누고, 그들이 어느 나라 드라마를 더
선호하는 지를 조사한 결과가 발표되었다.
설마 했는데 역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이른바 중산층 이상은 일드와 미드에 열광하고, 소득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본다는 것이다.

한국 교수들은 부러울 수도 있겠지만, 외국에 있으면 한국 드라마를 볼 기회가 더 많다.
나가서 보낼 시간이 줄다보니 웬만한 주간 드라마의 족보를 꿰고 있을 정도다.
지난 여름 스포츠 중계를 위해 실시간 한국TV공유기를 구입하면서부터는 아예 중국방송을
틀 이유가 없어졌다.

좀더 집중해서 보다보니 한국 드라마엔 기본 공식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할아버지에서 손자까지의 가족 단위를 기본으로 하되,
남편은 바람을 피워 혼외자를 만들고,
그 상대인 여자와 부인은 머리잡고 싸우고,
아이들은 학교나 학원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시키고,
그게 아니면 과중한 대입 스트레스와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고,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쥐 잡듯 잡아 시월드에 처월드를 만들고,
여기다 재벌과 고학생의 경제적 갈등 구조를 섞으면 드라마 한 편이 만들어진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만들어진 드라마는 시청률 15%이상은 확실하게 보장받는다.

정말이지 이 정도라면 나도 드라마 작가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보통 드마라 원고료가 최하 1000만원은 된다고 하니까, 그 중 40%는 글발과 재기가
넘치는 대사를 써대는 보조작가 두어명을 고용하는 데 쓴다.
뼈대는 내가 세워주고, 세부 말발은 그들에게 맡긴다.
또 30%는 방송국 사람들에게 써야한다.
편성권을 가지고 있는 그들에게 기본 시청률 보장해주면서 물심으로 받들어 모시는 작가
가 되는 거다.
그러고 남은 거만 가져도 어휴, 일반 월급쟁이보다 훨 낫겠다.

한국 드라마의 부진은 시청률 때문이라고도 한다.
방송사마다 적절한 시스템을 갖추고 시청률를 산출한다.
이를 토대로 광고가 붙고, 방송사는 그 수입으로 다시 드라마를 만든다.
그러니 시청률이 드라마 제작과 편성의 핵심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드라마는 배우-작가-연출가가 만들어간다.
그런데 한국 드라마는 기형적으로 배우의 비중이 극단적으로 크다.
위에서 말한 뼈대에 작가는 감각적 멘트를 붙이고, 연출가는 방송사 파워로 배우를 섭외
할 뿐이다.
아무리 드라마가 꿈을 준다지만 현실에선 그렇게 극단적 상황과 감각적 멘트가 없이도 감
동적인 순간이 지천이다.
스토리의 전체적인 전개와 인물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그나마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탁월한 외모의 배우가 있어 참 다행이다 싶다.
반면에 작가와 방송사를 생각하면 창피하다.
이제 거의 꺼져가는 한류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그들 스스로의 타자화 작업이 필
요하다.
시청률의 굴레로부터 조금은 벗어나보려는 용기가 없을까?
아니면 애당초 순수 예술을 하지 않는 그들에게 작품성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까?

답답한 심정으로 TV를 꺼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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