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으로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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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경에서 우리같은 외국인에게는 주목할 만한 일이 있었다.
파란눈의 외국인이 소형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중국 아줌마와 살짝 부딪혔다.
그러자 그 중국 아줌마는 그냥 드러누워버렸다.
중국인 목격자들의 말도 그냥 살짝 부딪혔을 뿐인데 아줌마는 아랑곳없이 그냥 막무가내
로 드러누워 떼를 썼다고 한다.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황당한 표정으로 나름 화를 내는 외국인과 바닥에 앉아 오토바이와
그 외국인의 다리를 붙잡고 있는 아줌마의 모습이 사진에 찍혔다.
사람들이 몰려들고, 결국 공안이 와서 조사가 시작되었다.
일주일 뒤 같은 신문에선 이 사건의 결과를 알려주었다.

외국인 남자는 무면허 오토바이 운영에 따른 교통위반벌금 2000원을 냈고,
아줌마는 치료비로 1000원을 받았다.
문제는 그 외국인이 일종의 아르바이트로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정식 취업
비자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강제출국을 당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의 아버지도 같은 죄목에 해당되어 부자가 각각 2만원의 벌금을 내고 송환조취
를 당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검사는 "송환되는 외국인은 보통 두 가지 경우에 속한다"며 "하나는 중
국에 입국했을 당시 가짜 신분증 또는 타인의 신분증을 이용했다가 경찰에 적발되는 경우
이며 다른 하나는 중국에 입국한 후 위법행위를 했을 경우로 불법체류, 불법취업이나 중
국의 법규를 위반했을 때"라고 설명했다.

물론 그 파란 눈의 외국인이 잘한 것은 없다.
면허도 없이 오토바이를 탔고, 취업비자도 없이 돈을 벌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기준을 중국에 있는 한국 교민 전체에 적용시켜본다면 사뭇 분위기는 달라진
다.
아마도 몇 만 명은 훅 날아갈 것이다.

중국, 특히 북경은 자전거천국이다.
내가 있는 무한만해도 자전거타기가 참 무섭다.
평지에다 쭉쭉 뻗은 북경의 자전거도로가 그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경제적 여유가 좀 더 있는 외국인들 중에는 전동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는 경우도 많다.
그 중에서 면허증을 가진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다.
지금 창밖에 보이는 저 많은 오토바이 주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국인들이 생각하는 외국인에는 네 가지 등급이 있다.
1등급은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서양인
2등급은 중국어를 못하는 서양인
3등급은 중국어를 할 줄 아는 동양인
4등급은 중국어를 못하는 동양인이 그것이다.

중국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영어를 쓰는 서양인에 열광한다.
영어에 대한 수요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니 서양인은 아르바이트로 할 일이 많다.
꾀나 짭짤하게 수입을 올리면서 적당히 생활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이런 사고가 났을 때 일방적으로 엄격한 기준이 가해
진다는 것이다.
법 앞에 할 말은 없지만 뭔가 굉장히 불공평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재수가 없었다고밖에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

이제서야 말이지만 역시 차를 몰고 집에서 나오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던 아줌마와 접촉사
고가 난 적이 있었다.
한 겨울에다 해가 막 진 상황이었는데 그 아줌마는 넘어져서 일어나지 못했다.
순간이지만 오만 가지 생각이 났다.
중국인들과의 접촉 사고가 나면 우선 드러눕고 본다는 사실은 항상 듣던 말이었다.
자전거 앞 바퀴와 내 차 조수석이 살짝 부딪힌 경우라 큰 문제는 없을 듯 했지만 일어나
지를 않는 바람에 난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들과 남편이 차례로 왔다.
나는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경찰을 불렀다.
상황을 전해듣던 경찰은 50대 50 쌍방과실로 판정하고 스티커 같은 종이에 뭔가를 잔뜩
써서 주곤 가 버렸다.
병원에 함께 가서 검사를 하니 당연히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결국 병원비로 130원 정도를 내고, 혹 아프거나 하면 연락하라고 전화번호를 주곤 헤어졌
다.
다행히 그 뒤로 별다른 연락이 없이 사건은 마무리 되었다.

나 같은 경우는 운 좋게도 지극히 상식적인 선에서 정리가 된 경우이다.
하지만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함정들은 여기가 외국이구나란 생각을 절실히 하게 만든다.
올 한 해만 해도 각종 문제에 연루되어 강제출국 당한 외국인이 북경에서만도 200명이 넘
는다고 한다.
온갖 불법이 판치는 중국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조심조심 살아가야하는 외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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