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견학과 관련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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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조정 과정을 거쳐 올해 우리 학과의 대외 활동 계획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다.
한국인 교수를 힘들게 초빙한 학과 입장에서 보면, 뭔가 굵직한 행사들을 유치하고, 알아
서 잘 치러주어야 한다. 강의와 연구는 기본이고 최소한의 밥값을 해야 한다.
약간은 그런 부담감을 전제로 한 해 계획을 세우는 것이 본인에게도 좋다고 본다.

오늘은 한국어과 학생들의 한국기업 견학의 과정에 관해서 간단히 언급하고자 한다.

이 경우 한국기업 섭외가 관건이다.
우선 대략 2시간 이내에 한국기업이 있는지를 찾아야한다. 북경 등 대도시에는 한국기업
이 널려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많기에 제약이 따르는 행사기도 하다. 경험 상 단순한
견학 보다는 학생들이 돌아갈 때 기념품 하나 받아갈 수 있는 곳이면 금상첨화다. 굳이
대기업이 아니라도 좋다. 나름 세분화된 분야와 믿을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을 갖춘 곳이면
가능하다. 일단 학생들에게 한국기업을 보여준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우리학과는 한국기업이 없기로 소문난 무한에서 힘들게 SK에너지와 선이 닿아 상
반기에 찾아가기로 했다.)

다음 총경리(대표)를 만나야한다.
인맥을 동원해서 한국인 총경리와 직접 담판을 짓는 것이 상책이다. 교수는 공부하던 사
람이라 인맥이 극히 제한적인 경우다 대부분이다. 그래서 한 다리 건너건너 누구의 소개
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교수가 직접 대사관이나 총영사관 또는 KOTRA 등 대외행사에 참
가하여 안면을 익히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귀찮고 힘들어도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장기
적으로 볼 때 자기의 역량을 키우는 방법이고, 그것이 나중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모든 게 투자다.(나 역시 총영사관 주최 행사에서 SK에너지 총경리를 만났다)
대부분 총경리는 한국에서 파견한 고급 관리직원이다. 그들 역시 총영사관 등 관공서로부
터 자유로울 수 없다. 게다가 한국어학과 학생들의 한국기업 견학은 의미가 있는 행사인
만큼 그 분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다.

회사가 섭외되면 구체적인 견학 일정과 조건들을 맞춰야 한다.
일부 대학들은 수업 중 활동을 엄격히 금하기에 주말을 이용해야 한다. 한편 주말에는 부
전공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많으므로 그 역시 마뜩치 않다. 그래서 학과장이 강력한 의지
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인 학과장에게 이런 견학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각인시
키는 사전작업이 있으면 수월하다. 학과장 스스로가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 그게 힘들더라도 학생 취업에 관한 언질이나 학과에 간단한 선물, 아니면
식사 정도 함께 할 수 있으면 아주 좋다.

다음으로 교통수단 확보다.
100여 명의 학생들이 이동을 하려면 적어도 버스 2대가 필요하다. 일반 대중버스를 타도
되는 거리라면 몰라도 버스를 대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북경
기준 한 대당 500위안(한화 10여 만원)은 생각을 해야 한다. 학과에 돈이 좀 있거나, 학
교 버스를 빌릴 수 있으면 몰라도 쉽지가 않은 부분이다. 학교 버스의 경우 대부분 유료
다. 관광버스를 대여하나 학교버스를 대여하나 비용에 별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예전에
있었던 대학은 학생활동을 위해 학교 내 강의실과 다목적실을 빌리려면 임대료를 내야했
었다.
대안으로는 한국기업에 교통수단도 함께 부탁하는 것이다. 대부분 여기서 걸린다. 기업
입장에서 특별한 가시적 이점이 없는 상황에서 실제 현금을 지출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학과와 기업 사이에서 잘 조율하는 지혜가 필요한 대목이다. 중국에서 생
활하면서 돈 1000위안이 얼마나 소중하게 다가오는 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마지막으로 모든 과정을 거쳐 실제 견학을 가게 되면 가급적 많은 선생들을 끌고 가야하
고, 뒤풀이를 반드시 해야한다.
중국 사람들은 그 자체가 개인적 성향이 강하다. 특히 교수들은 별도의 연구실이 없기에
수업 전후로 잠깐 만날 뿐이다. 그러기에 별다른 만남이 없으면 개인적 유대가 힘들다.
몇 년을 함께 지내도 관계가 진전되기 쉽지 않다. 외국인교수(外敎)로 만족한다면 학과장
만 붙들면 되지만, 전임이거나 전임이 되기 위해서는 두루두루 인맥을 닦을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견학을 끝낸 뒤 선생들끼리의 뒤풀이가 중요하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학과 내 자신의 자리가 조금씩 굳어짐을 스스로 느끼게 될 것이다.

중국인 교수들이 할 수 없는 부분을 찾아서 약간의 포장과 함께 깔끔하게 처리하는 법.
그게 바로 내가 중국대학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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