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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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7월말 재외 한국어교육자 국제학술대회를 다녀왔다.

이번 행사는 재외동포교육재단에서 주관하는 것으로 올해 12번째로 맞는다고 한다.
5월초 무한총영사관에서 행사에 대해 소개하며, 한국인 교수님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
러면서 국제학술대회니까 내가 가도 될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나는 별 생각 없이 다
른 지역의 몇 분을 추천하면서 나도 참가하겠다고 했다. 비록 경비의 70%만 지원한다는
말이 좀 걸렸지만, 그래도 한참 더운 무한의 여름을 피할 수 있다는 나름의 꼼수도 포함
되어 있었다.

대회 장소는 인천국제공항 인재개발원이었다.
버스도 지나다니지 않는 한적한, 아니 외딴 곳에 덩그러니 서 있는 깔끔한 시설의 건물이
었다.
월요일에 등록해서 토요일 오전에 귀가하는 것이니 학술대회치고는 제법 긴 4박5일의 일
정이었다.

행사 첫날 일정표와 참가교수들의 면면을 보고는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처음 무한총영사관에서 연락받은 내용과 다른 부분이 있어서였다.
우선 참가 자격에서 외국인도 참가가 가능했고, 대학보다는 초중고 내지는 교육원 수준의
기관에서 오신 선생님들도 상당수 보였다. 그리고 교육 내용도 거의 대부분이 한국에 계
신 교수들의 기조발표와 세부 교육방법론이었고, 그것도 일방적으로 강의를 듣는 것이다.
함께 토론을 해야 할 수준에 있는 분들이 문학교육방법론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다 보니,
시큰둥함을 넘어 불쾌감이 들었다면 심한 표현일까?
그리고 그분들의 강의도 내용과 형식에 있어 별반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
다. 왠 돈을 저런 분 모시는 데다 썼을까란 생각이 문득 들었으니 말이다.

교수들의 일반적인 국제학술대회를 기대한 대학교수들과 교육원에서 교민아이들에게 한글
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반 정도씩 섞어놓고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출발서부터 모순을 안
고 있었다. 행사 첫날 저녁 10시까지 교육을 받고 숙소로 돌아온 교수들이 불만을 쏟아내
기 시작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 외에도 주관 단체 측의 강압적인 태도도 불
평의 한 꼭지였다. 작년 참석자 분 말씀이 작년에 너무 심하게 노는 분위기라서 올해는
부러 더 단속을 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다음날 이사 면담을 요구했고 강한 질타와 항의가 이어졌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재
단 측에서는 부랴부랴 몇 가지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었고, 결국 행사는 큰 문제없이 마무
리 지어졌다.

흥미로운 것은 마지막 날 저녁 교통비 정산이었다. 재단의 대표자 분이 나오셔서 행사 평
가서 작성을 잘 좀 부탁한다고 하셨다. 대회참가자의 평가서에 따라 내년 예산편성이 영
향을 받기 때문이란다. 헛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거주지역 관계없이 일괄 70% 지원 방침
에서 아시아는 70%를, 다른 지역은 90%까지 추가 지원하겠다는 말을 듣는 순간, 대회장은
환호로 바뀌었다. 누가 봐도 결과가 뻔한 설문조사를 마치면서 씁쓸해졌다.

실제 수준이야 어찌되었든 이 평가서 결과가 좋아야 정부나 국회에서 계속 이런 행사를
지원해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우리같이 해외에서 한국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들 입
장에선 안 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말이다. 자꾸 불러서 격려해주고, 조국이 너희들을 잊
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건 상상을 초월하는 힘이 된다.

무한에 돌아와 기억을 더듬어보니 생각나는 건 단 하나.
한국의 여름 하늘은 참으로 깨끗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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