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학 전임교수 계약서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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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는 4학년 학생들에게 최근 한국에서 많은 관심을 받는 드라마 「미생」을 보여주었
습니다.
한국은 이리 힘든데 너희들은 한국의 대학교 4학년들에 비하면 행복한 편이라는 말도 덧
붙였지요.
실제 우리학과 아이들의 취업률이 100%인데다가, 또 어찌어찌해서 다들 직장을 찾거든요.
물론 진정으로 만족하느냐는 그 다음 문제이지만은요.

얼마 전 메일을 받았습니다.
중국에 있는 대학에 진출하게 되었는데 계약 등 세세한 조언을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한두 달에 한번 정도는 꼬박 받는 내용인지라 대수로울 것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뭔가를 뚫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아름다우면서 한편으로는 짠한 것도 솔직
한 심정입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요즘은 중국 대학에 전임으로 채용이 결정된 뒤 자세한 상황을 묻
는 경우들이 많아 훨씬 기분이 좋습니다. 이 넓은 하늘 아래, 전임이 되어 새롭게 진출하
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왠지 모를 든든함을 느낀다면 오버일까요?
그 메일을 보면서 이 정도 답변은 여러분들과 공유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몇 자 적어
봅니다.
부디 그분의 이해를 바랍니다.

1. 올해 중국 四川省의 2선급 도시에 있는 대학(전공:경영학)에서 Full time assistant
professor(전임조교수)의 오퍼를 받으셨다.
2. 중국은 처음이라 중국어가 안 되시고, 중국 교수생활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다.
3. 중국에서의 교수 계약이 (정규직이라도) 몇 년 단위이고 어떻게 평가되고 재임용되는
지.
4. 중국 교수생활에서 주의해야 할 점, 그리고 한국에서 올 때 준비해야 할 것.

하나씩 살펴보죠.
첫째, 지역 선정을 잘하신 것 같네요.
북경이나 상해는 거의 풀 상태인데다가, 문화적인 면에서는 나무랄 데 없습니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여 물가나 집값이 한국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의
분들이 많이 오시는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10년 동안 한국이나 다른 국가로 직장을 옮겨
가실 분은 인프라 구축이 잘된 대도시가 좋겠지요. 계시는 동안 편안하게 있다 가시면 되
죠. 하지만 절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10년 이상 뿌리를 내리고 살 생각으로 와야 하는데, 그런 장기적인 점에서는 각
省의 대표 도시로 가시는 편을 추천합니다. 부동산 투자나 발전 가능성을 볼 때, 아직은
無主空山에 가까우니 기회가 훨씬 더 많을 겁니다.

둘째, 언어 준비인데요, 理工系나 商經系는 대부분 강의가 영어로 이루어집니다.
특히 외국계 대학과 중국 대학이 협력해서 세운 대학들은 100% 그렇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미국 00대학의 한국 분교라고 보시면 이해하시기 편할 것입니다. 시스템
이 서양 대학에 준하기 때문에 외국인 교수가 상대적으로 많고 학교생활을 하기에 편리한
점이 분명 있습니다. 요즘 들어 중국에서도 합작형태로 생기고 있는 대학들입니다. 2년
교육 후 외국 본교로 유학을 가는 조건들을 걸고, 등록금도 5배 이상 많이 받는 식이지
요. 자연 교수들 월급도 일반 중국 대학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많이 준답니다. 현재로선
한국 분들이 노리기에 가장 좋은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어 얘기로 돌아가, 수업은 물론 영어로 진행되지만, 일상은 당연히 중국어로 해야겠지
요. 처음에는 똘똘한 학생 하나 붙여서 도움을 받고, 이후엔 짬짬이 중국어 공부를 해야
하겠지요. 제가 아는 분도 중국어를 거의 못하는 상태에서 오셨는데, 인사처나 국제교류
처, 그리고 학과에서 대부분 영어를 쓰기에 큰 불편함이 없다고 하시네요. 다만 중국에
오시기 전에 영어 공부를 더 많이 하고 오셨답니다. 강의를 해야 하니까요.

셋째, 계약 기간입니다.
중국 대학은 외국인 교수를 정식 채용할 때면 부교수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
소한 부교수급이 되는 분을 초빙해야 학교에 도움이 된다는 거지요. 사실 중국인 교수들
과 동등한 경쟁으로 승진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이유가 되겠지요. 처음 계약을 할 때면
보통 5년으로 시작합니다. 개인 경력과 학교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3-5년이 보편
적이라 하겠지요. 재계약 시 기간에 대해서는 천차만별입니다. 아예 정년보장을 받는 경
우도 있겠지만, 흔히 5-10년 연장으로 가곤 합니다.

최근에 들어보니 재계약 시 학교 측과 조건의 딜이 가능한 부분이 있더군요. 가장 큰 문
제는 돈인데, 월급은 큰 대학일수록 정해진 매뉴얼을 따라야 하니 변수가 없겠지만, 000
學院이나 사립대학의 경우는 융통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흔히 公積金(연금이나 퇴
직금)이나 주택보조금이라고 부르는 혜택이 외국인에게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公
積金을 보존해 줄만한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하는 것이지요.
이런 보장이 없으니 같은급의 중국인 교수에 비해 1-2천원 정도 손해를 보는 상황이니까
요. 중국은 월급 외에 각종 수당으로 들어오는 것도 제법입니다.
(작년에 보니까 월급의30~40%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처음 임용될 때 챙겨야 할 것은 기본 정착비와 연구비입니다. 대학에 따라서는 주택구매
보조금까지 준다고 합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5만원~50만원까지 받는 것을 봤
습니다. 저의 경우, 가장 박하다는 외국어학원이지만 25만원을 받았습니다. 중국 교수들
도 처음 임용되면서 급에 따라 10만원 정도는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 계약 시
받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니,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의료보험은 힘들 겁니다. 된다고 하더라도 아주 기본적인 상황이고, 더 큰 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중국 병원에서 치료받기를 꺼릴 수도 있습니다. 간단한 것은 몰라도 좀 심
하면 한국으로 와야죠. 그러니 여행자 보험과 상해보험은 필수입니다.

재계약 시 가장 중요한 것은 학과장과 단과대 원장(서기)의 의중입니다. 이 사람이 학과
나 프로그램에 꼭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특히 학과장과는 껄끄러운 관계
를 만들면 절대로 안 됩니다. 모든 사람과의 특별한 관계가 힘들다면 학과장에 집중하십
시오. 이곳도 다 사람 사는 곳이랍니다.^^

넷째는 살면서 부딪혀 보시지요. 너무 다양한 경우인 만큼 세세하게 말하기도 힘듭니다.
제 칼럼에서 중간중간 말씀드린 것도 참고하시고요.

한 가지만 덧붙이지만, 아무리 좋고 옳은 생각이라 할지라도 한국에서의 기준은 버리시라
는 것입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세계 어디에도 우리처럼 정을 나누고 애
닳아 하며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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