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직장은 행복한가(41)_ “네가 마실 건 네가 가지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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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를 보면 멋진 턱시도를 걸친 남자와 아름다운 파티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부부
동반으로 참가하는 파티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일반인이 그런 파티에 갈 일은 평생에 몇
번 없다. 파티가 일상생활이 되려면 할리우드의 유명 연예인이거나 이름만 들어도 알 만
한 사람들, 예를 들면 패리스 힐튼 정도는 되어야 한다.

일반인이 멋진 파티에 참석하는 가장 흔한 경우는 결혼파티인데, 생애 가장 의미 있는 행
사이니만큼 미국사람들도 능력이 닿는 한 멋진 파티를 계획한다. 축의금을 받지 않기 때
문에 부모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모를까 비용이 많이 드는 파티를 하지는 않아도,
되도록 최소한의 격식은 갖춘다. 우리의 결혼 피로연이 ‘먹자판’이라면, 미국사람들의
결혼 파티는 ‘놀자판’이다. 신랑 신부를 위한 건배로 시작하는 행사는 축하 메시지와
답사로 이어지며 분위기가 고조되고, 댄싱 타임이 되면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아버지가
사위에게 보내기 전에 딸과 마지막으로 춤을 추는 것을 비롯해 양가 가족들이 파트너를
바꿔가며 춤을 추면서 친목을 다진다.

결혼을 위한 파티는 사실 결혼식 몇 주 전에 시작된다. 신부의 친구들이 결혼 축하 선물
을 준비해서 함께 모여 즐기는 파티를 ‘브라이덜 샤워(bridal shower)’라고 하는데, 이
행사는 신부의 들러리인 ‘메이드 오브 아너(maid of honor)’가 주관한다. 신랑 친구들
이 신랑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이는 파티는 ‘베철러즈 파티(bachelor’s party)’라
고 부른다. 결혼 후 아기를 갖게 되면 태어나기 몇 주 전에 유아용품을 사가지고 와서 축
하해주기도 하는데, 이 파티를 ‘베이비 샤워(baby shower)’라고 한다. 친구들의 역할은
이렇듯 결혼 전부터 결혼 후까지 이어진다.

일생에 몇 번 없는 큰 파티가 아니면 미국에서의 파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싱
겁다. 멋진 파티 의상은 고사하고, 다양한 음식을 뷔페 식으로 차려 놓고 손님을 부르는
경우도 거의 없다. 마음 좋은 상사라면 일 년에 몇 번 부하직원들을 집으로 초대해 뒷마
당에서 고기를 구워 대접하는데, 이런 바비큐파티는 우리가 파티라는 단어에서 떠올리는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다. 그냥 식사 초대다.
식사 초대의 가장 흔한 형태 중 하나는 ‘포트럭 파티(potluck party)’다. 서부 개척시
대부터 전해 내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이 파티를 위해 호스트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장
소 제공이다. 파티를 주최하는 사람은 간단한 메인 메뉴만 준비하고 참석자들이 각자 취
향에 따라 요리나 마실 것을 가지고 와서 즐긴다. ‘Potluck’은 ‘있는 재료만으로 장만
한 음식’을 뜻한다. 개인 단위, 가족 단위 등 어떠한 형태로든 가능한 이런 모임의 장점
은 누구도 크게 부담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파티가 끝나면 참석자가 함께 뒷마무리를
하고 각자 자신이 가져온 그릇들을 가지고 돌아가면 그만이다.

어떤 종류의 파티든 공식적으로 발송된 초청장에는 ‘R. S. V. P.’라고 적혀 있다. 참석
여부 회답을 바란다는 뜻이다. R. S. V. P.는 파티뿐 아니라 회의 초대장에서도 사용하는
용어로 음식이나 좌석 등의 준비를 위해 사전에 인원수를 파악해야 하는 모임에서 쓰는
표현이다.

내가 직장에서 받아본 첫 번째 파티 초대장에는 R. S. V. P 외에 ‘B. Y. O. B’라는 약
자가 인쇄되어 있었다. 요즘처럼 인터넷에 들어가면 무엇이든지 찾아볼 수 있던 때가 아
니었기에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앞뒤 문맥을 짚어가며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초대장을
보낸 동료에게 가서 물어보았다. 대답인즉 “Bring your own bottle.(네가 마실 건 알아
서 가지고 와.)”이었다.

부활절, 추수감사절, 성탄절에도 여기저기서 파티를 연다. 가족 단위로 집에 모여 포트럭
으로 하기도 하고 직장 모임이라면 식당이나 호텔을 빌려서 하기도 하는데, 이때도 음식
은 잠시 입을 쉬게 하는 도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을 많이 한다. 음식 만드는 데는
자신이 있지만 대화 소재가 빈약하고 영어에 한계가 있는 사람들은 미국 파티에 가면 피
곤할 수밖에 없다.

미국사람들도 파티를 할 때는 술을 많이 마시지만, 맥주나 와인이 대부분이다. 술은 초대
한 사람이 준비하기도 하고 초대받은 사람이 가져가기도 한다. 하지만 파티의 목적이 대
화이니만큼 술 역시 기분을 ‘업’시키는 도구일 뿐이고, 대학생들 파티가 아닌 이상 만
취할 때까지 마시지는 않는다. 스카치나 위스키를 준비하더라도 언더락이나 칵테일처럼
순하게 한두 잔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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