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 지금도 나의 실력에 비해서 과분한 곳에서 연구하고 또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늘 몸으로 느끼고 또 그렇게 생각하지만, 2010년 이곳에 오게 되었을 때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고 운이 좋게 임용이 되었음에도), 한국에서도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척 알 만한 학교가 아니라는 것에 신경을 썼음에 틀림없다. 특히, 그 즈음에 선배들에게 ‘켄터키 대학으로 가게 되었습니다’라고 소식을 알리며 인사를 하면, 의례히 듣던 덕담(?)이 오히려 나를 위축시키곤 했다. “축하해! 거기서 열심히 해서 더 좋은 대 20.11.11조회수745추천1
  • 일자리 [작년(2017) 여름에 써 놓고 미처 올리지 못한 글입니다] 시간은 참으로 빠르다. 아무것도 없는 창고 같이 생긴 우리 실험실을 보고도, 내가 상상으로 하는 말만 믿고 우리 연구실에 들어와서, 열심히 함께 공부한 첫 제자 두 명이 이번 가을에 박사학위 최종심사(Ph.D. dissertation defense)를 하고 졸업을 한다. 그래서, 지난 해 말부터, 졸업 후의 진로를 적극적으로 알아보라고 조언했다. 둘 다 이미 peer-reviewed journal에 논문을 여러 편 냈고, 이런 저런 크고 작은 학회에서 발표한 경험도 있 18.09.03조회수2139추천7
  • 좋아하는 공부 vs. 전망 좋은 공부? 얼마전 학과 교수회의 이후, 생각이 복잡하고 가슴이 조금 먹먹하다. 그 회의에서 학과의 대학원 입시위원장 교수님이 올해 대학원 신입생 선발에 대한 현황에 대해 보고했다. 총 몇 명이 지원을 했고, 그 중에 몇 명에게 입학허가서(admission letter)가 보내졌고 앞으로 몇 명 더 입학허가서를 보낼 것인지 등등. 그런데, 문제(?)는 올해에도 초끈이론(String theory)을 공부하고자 한다며 우리 학과 대학원에 지원한 학생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사실, GPA(학점)와 GRE 점수 등에서 나타나는 기준으로만 선발을 하면 17.03.30조회수6256추천1
  • 아쉬운 (짧은) 겨울 방학 모레 1월 11일 수요일이면 봄학기가 다시 시작된다. 늘 이맘 때 쯤이면, 약 70일씩 잘 분할되어 있는 한국의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참 부럽고 그리워진다. 방학이라고해서 해야 할 연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수업 부담에서 한동안 벗어나는 것이 몸과 마음에 큰 여유를 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있는 한 달이 채 안되는 성탄과 연말 휴가도, 주(state)정부의 연구재단에서 주는 과제 제안서(proposal)의 1월초 마감일을 맞추느라고, 여유를 부릴 수만은 없는 기간이다.미국 대학은 왜 이렇게 겨울방학이 짧 17.01.10조회수5644추천1
  • 테뉴어 도씨에 (외부 심사위원) 지난 여름부터 시작된, 테뉴어 심사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는, 이른 바 도씨에(dossier)라고 하는 것이 며칠 전에 비로소 내 손을 떠났다. (왜 발음이 '도씨어'가 아닐까? 영어가 아닌가?) 사실, 연구와 관련한 중요한 서류는 이미 지난 7-8월에 마무리해서 제출했고, 학과장님이 외부심사위원들(external reviewer)에게 보냈다. 미국의 대부분 대학이 그런 것 같은데, 우리는 최소 여섯 분의 외부심사위원에게 레터(evaluation letter)를 받아야 하는데, 그 중 최대 두 분은 내가 추천한 분들 중에서 뽑 16.10.07조회수5050추천-
  • DOE agreement와 잡일 DOE... 약 6년 전 처음 임용되고, 학과 직원이 DOE Agreement에 서명을 하러 오라고 해서, ‘어? 난 DOE에서 받는 펀딩이 없는데? 혹시 나에게 무슨 꽁돈이 떨어졌나?’라는 헛된 희망을 품고, 학과 사무실로 눈썹이 휘날리게 달려갔던 기억이 난다.보통 DOE는 Department of Energy (미국 에너지부)의 의미로 쓰이는데, Distribution of Effort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쉬운 말 같지만, 그 뜻의 번역이 쉽지 않다. 내 마음대로 ‘노동 할당량’이라고 하겠다.나의 경우는 연구 (researc 16.06.09조회수5073추천-
  • 버니 샌더스가 다음 대통령이 되는 것이 중요한가? 나는 미국 시민권이 있는 사람이 아니므로 투표권이 없다. (그런데도, 선거 관련 전화는 왜 그렇게 와서 가끔씩 귀찮게 하는지?) 더구나 나는 정치에 대해 (관심은 있지만) 잘 알지 못하고 사실 자세히 들여다 볼 여력도 별로 없다. 다만, 올해 말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와 요즘 한창인 민주-공화 양당의 후보 경선으로 연일 뉴스가 뜨겁다보니 이래저래 ‘다음 미국 대통령은 과연 누가 될까? 누가 되면 좋을까?’ 정도의 생각은 해본다. 우리 학과의 동료 교수님들과 신변잡기적인 얘기를 해 보면, 대체적으로 공화당의 유력 후보인 트럼 16.03.24조회수3885추천-
  • 이상값 얼마 전에 학과에 방문한 손님 교수님과 함께 저녁을 먹는 자리에 갔다. 보통 그런 자리에서 (영어로) 웃고 떠드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잘 가지 않는데, 그 분을 초대한 분이 평소에 나에게 수업과 관련하여 도움을 많이 주시고 또 여러모로 친하게 지내는 (나와는 띠 동갑인) 교수님이라서 용기를 내어 보았다. 막상 그런 자리를 가면, 미리 겁 먹었던 영어 울렁증(?)으로 인한 괴로움이 있기 보다는 오히려 꽤 재미가 있다. 그리고, 테이블에 앉은 분들이 보통 서로 앞 다투어 많은 얘기를 하기 때문에 나처럼 주로 잘 들어(만) 주는 사람 16.03.02조회수4104추천3
  • 미국 학생들은 수학 과학에 젬병인가? 한국의 신문에,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해 '국가 경쟁력 저하' 운운하며 걱정하는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면 가끔 당황스럽다. 먼저, 국력이면 국력이지, '국가 경쟁력'이 무슨 말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데... 그건 따로 두고. (요새는 '국격'도 얘기를 하던데, 그건 또 도대체 무슨 뜻인지...)'이공계 기피' 현상의 뜻은, 학생들이 이공계 전공을 공부하지 않으려 하고, 특히 수학 과학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조차 그렇다는 말로 받아들여진다.내가 이런 현상에 대해서 뭐라고 말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뭐 그 전공이 비전도 없는 16.01.06조회수8255추천-
  • 연구비 대출? 긴 3개월 반(5월초부터 8월중순)의 여름 방학이 이제 한 달 남짓 남았다. 이번 여름 방학이 시작될 때에, 괴로운 생각이 방학을 했다는 즐거움을 온통 뒤덮었었다. 왜냐면, 여름 방학 시작 무렵에, 두 군데서 받아 오던 작은 규모의 연구비(grant)가 모두 만료 되었기 때문이다. 그 만료일을 모르고 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작년 부터 이곳 저곳에 정성스레 연구제안서(proposal)를 보냈지만 좋은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떨어졌다는 안 좋은 소식은 들려왔다.)그러다보니,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연구실 대학원생들의 월급(s 15.07.29조회수7638추천-
  • 영어를 잘 못 하는 장점 길고 긴(?) 여름 방학이 끝나고, 어제 새 학기가 시작 되었다. 대학의 교수는 직업으로서 여러가지 장점을 갖고 있지만, 단점 또한 있는 것 같다. 그 중 하나가 말을 너무 많이 하게 되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 주면서 말을 많이 하는 것이라면 무슨 문제가 있으랴.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꽤 많다. 아마도, 매일 강의를 하고 학생들하고 대화할 때, 주로 듣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쉬지 않고 말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게 몸에 습관이 되어 그런 것 같다. 아무튼, 별로 좋지 않은 습관이고 일종의 직업병이다. 미국에서는, 꼭 15.01.04조회수21961추천3
  • 작은 봉투 지난 밤에 이번 가을 학기 성적을 다 입력했으니, 또 한 학기를 마쳤다. (그러나, 곧 1월 중순에 봄 학기가 시작하므로, 한국의 대학처럼 겨울 방학이 길지 않다.)4년 전 이곳에 와서 첫 가을 학기를 거의 마치는 즈음에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학기가 거의 끝나고 기말시험를 앞두고 있었는데, 나의 수업을 듣던 한 여학생이 찾아왔다. 사실 그 전에 학생면담시간(office hours)에 자주 찾아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며 여러 가지 질문을 많이 하던 학생이라, 또 무슨 질문이 있나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 학 14.12.18조회수9498추천-
  • 학생들의 질문을 잘 못 알아 들을 때 ‘국내에서 공부를 하셨는데도 영어를 잘 하시나봐요?’라는 말을 가끔 듣는다. 물론, 내가 영어로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는 분들이 의례 짐작으로 하는 말씀이다. 아, 그러나 실상은… 영어를 잘 하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이미 바꾸기를 포기해 버린, 절대로 꼬부라지지 않는, 구수한 한국어 억양의 영어 소유자.(초등학교 1학년인 우리 딸이 나의 영어 발음을 참 못 마땅해 한다.) 후배들로 부터도 가끔씩 ‘전 영어가 문제라서 미국 대학에 지원하는 것은 생각도 안 해요’라는 얘기를 듣는다. 나도 전에 같은 생각이었고, 지금도 (조금씩 14.05.29조회수16321추천2
  • '디너 쇼' 수업 2010년 가을 첫 학기에 수업을 할 때의 일이다. 내가 가르친 수업은 General Physics(교양물리학)인 이공계열 학생들이 필수 과목으로 듣는 수업이었다. 수업시간이 공교롭게도 점심 시간이 가까운 11시부터 12시라서 그런지, 적지 않은 수의 학생들이 음료수나 간단한 스낵 등을 먹으면서 수업을 들었다. 나는 수업시간에 음식을 먹는 것이, 한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는 당연 금지된 일이었고, 학부와 대학원에서도 ‘배우는 사람으로서 가르치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이유로 엄격하게 금지를 한 교수님들을 보았다. 그래서 인지, 14.05.14조회수8995추천2
  • 잠 못 이루는 밤들 예전에 나는 불면증이라는 것이 잘 이해가 안 되었다. 오히려 시도 때도 없이 잠이 오는 ‘수면증(?)’이 걱정이라면 걱정이었지. 그런데, 그 불면증이 더이상 남의 얘기가 아닌 때가 있었는데, 포닥(박사후 연구원)을 할 때, 미국의 대학과 연구소 등의 정규직에 지원을 해서 온사이트 인터뷰를 하고도 탈락을 거듭할 때였다. (당시 한국에는 마땅히 지원할 자리도 나오는 곳이 별로 없었고, 부끄러운 얘기지만 지원을 해도 서류심사 단계에서 탈락하였다.)지금도 똑똑히 기억하는데, 아내와 만 세 살이 된 딸을 사이에 두고 침대에 누워 ‘계약직 박 14.04.28조회수10743추천3
  • 돛단배 대학교 조교수로 일을 시작했을 때, 그 뜻을 잘 모르지만 중요한 영어 단어가 두 개 있었는데, 프로보스트(provost)와 플래그쉽(flagship)이었다. (나의 부족한 영어 실력이 드러나는데) 미국에 유학을 온 분들처럼 GRE를 공부한 것도 아니어서, 나의 영어 어휘력은 많이 부족하다.(는 궁색한 변명...)임용이 되고 며칠 후, 우리 대학의 프로보스트가 올해 신임 교수들을 대상으로 하루 동안 오리엔테이션을 하니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막연히 학장은 딘(dean)이라고 하니까, ‘아, ‘총장’을 영어로 ‘프로보스트’라고 하는구 14.04.09조회수14382추천-
  • 다 같은 출발선상 ‘온사이트 인터뷰 = 체력검정’이라는 방정식이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로 생각된다. 새로운 교수를 임용할 때 매우 신중한 것이 하나의 이유고, 다른 이유는 온사이트 인터뷰에서 임용결정(후보자들 중에 누구 부터 오퍼(offer)를 줄 것인가의 순위 결정)이 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애초부터 단 몇시간 잠깐 만나거나 후보자들의 세미나 발표만 듣고 결정할 수가 없다.내가 처음 온사이트 인터뷰를 가기 몇 주 전에, 테네시주립대학교에 근무하시는 주 모 교수님과 저녁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주 교수님은 “한국과는 달리, 미국 14.04.07조회수13772추천-
  • 기분 상하는 질문 앞에서 얘기했던 세 가지 질문 중에 세 번째 ‘이 사람의 인성, 성격 등이 괜찮은가?’와 관련해서, 나의 온사이트 인터뷰 때에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아직 교수임용위원회(search committee)에 들어가서 일 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 역할 분담을 위원회 교수들 사이에 하는 건 지, 본래 성향이 그런 건 지 잘 모르겠는데, 온사이트 인터뷰 때에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 중에 ‘좀 기분 나쁘게 들리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 (어느 대학이든) 적어도 한 두 명 정도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의 질문이다. “너의 연구는 별로 새로 14.03.21조회수16674추천-
  • 세 가지 질문 (학과 기여도, 독립심, 그리고 성격) 이 곳에 온 이후에, 우리 학과에서 두 명의 신임교수를 임용하는 큰 일(?)이 있었는데, 그 때 임용 과정을 자세히 볼 기회가 있었다. 사실, 그 과정을 보면서 내 스스로 미처 생각하지 못한 여러 번의 놀라운 일이 있었는데, 그것들은 차차 풀어 놓기로 하고, 임용결정에 중요하게 작용하였던 세 가지 사항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온사이트 인터뷰에서 신임교수 후보자를 만났을 때, 여러 가지 자질을 보려고 하지만, 아래의 세 가지가 중요한 점으로 요약될 수 있다.1. 이 사람이 우리 학과의 발전에 도움이 될까?2. 이 사람이 독자적인 연구 14.03.21조회수14306추천-
  • 온사이트 인터뷰(on-site interview)는 체력검정(physical test) * On-site interview의 한글 번역은 ‘방문 면접’이나, 그 어감이 좀 다르게 느껴지므로, ‘온사이트 인터뷰’라는 말 그대로를 사용했다.미국에 있는 대학들의 교수채용공고에 지원을 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던 중에, 다행히도 나에게 온사이트 인터뷰를 오라는 곳이 몇 군데 있었다. 나는 이 기회를 꼭 살리겠다는 생각으로 ‘세미나’ 발표 준비에 온 정성을 다했고, 몇 주 전부터 매일 저녁마다 연습에 또 연습을 거듭했다. 나의 이런 모습을 본 아내는, 평소에 큰 국제학회에 가서 발표를 할 때 조차도 발표 전날에서야 발 14.03.14조회수17147추천-
  • 프롤로그 하이브레인넷을 방문하시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켄터키주립대학교 (University of Kentucky)라는 미국의 다소 시골에 위치한 대학의 물리학과에서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는 조교수 서성석이라고 합니다. 이제 갓 작년에 3년차 리뷰를 받았고, 2년 후의 테뉴어 심사도 앞두고 있는 햇병아리 교수입니다. 제가 2010년에 처음 이 대학에 온 이후로, 새로운 자리에 가서 소개를 할 때마다 "어느 대학에서 공부를 하였냐?"는 질문을 적지 않게 받았습니다. 어떤 분들은 '어느 주(State)에서 오셨어요?'라는 질문을 하기도 14.02.27조회수20392추천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