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적응: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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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 사귀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구나 친구가 없는 상태에서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막막한 일이다. 부모는 누구나 이런 걱정을 할 것이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아이가 친구 하나 없이 외롭게 지내지는 않을까. 어린 초등학생은 보다 쉽게 친구를 사귈 수 있지만, 이미 또래 집단이 형성되어 있는 청소년에게는 기존의 친구 집단에 새롭게 소속되는 것이 녹록치 않다. 특히 여자 청소년은 단짝 친구가 1~2명 정도 있고, 서로 좋아하는 5~7명 정도의 친구들로 집단을 형성해서 정서적으로 가깝다는 것을 서로 표현하고, 친밀하고 지지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큰아이에게는 이미 모든 아이들한테 친한 단짝 친구가 있고, 한두 개의 친구 집단이 있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마침 큰아이와 같은 학년의 한국 아이가 한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그 친구를 통해 다른 친구들과 연결될 수 있었고, 여러 친구들을 만나면서 취미가 같은 친구를 찾고, 단짝 친구를 만들고, 친구 집단에도 소속될 수 있었다. 청소년은 이렇게 이사와 전학 직후 한두 명의 친구라도 먼저 만들어 주는 것이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좋은 친구 관계가 아동청소년의 성장 발달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여기서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특히 청소년기에 친구 관계를 잘 만들고 유지해 나가는 것은 개인의 자아 존중감 형성과 사회적.심리적 적응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아정신과 의사로서 이것을 잘 알기에 큰아이의 친구 관계에 대해서는 한국을 떠나기 전부터 걱정을 많이 했다. 중요한 시기에 친구 관계가 단절되기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이사와 전학 이후 빠른 시간 내에 아이들을 또래 집단 활동에 참여시킬 것을 권장한다. 친구를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또래 집단 활동에 참여하면 여러 아이들을 만나면서 마음에 맞는 친구를 찾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큰아이는 한국에서 청소년 오케스트라 활동을 했기에 오케스트라에 보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작은아이는 2학년이어서, 4학년부터 활동할 수 있는 학교 오케스트라에 들어가기에는 나이가 어렸다. 그렇지만 선생님에게 아이가 한국에서 계속 바이올린 레슨을 받아 왔고, 어느 정도의 실력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며 부탁하니까 가입을 허락해 주었다. 그리고 두 아이 모두 우리가 사는 지역의 수영 클럽에서 단체 수영 강습을 받도록 했다. 두 번째 해에 들어서는 작은아이 경우 지역의 축구 클럽과 농구 클럽에 넣어서 친구들을 사귀고 운동할 수 있게 했다. 미국은 특히 체육 활동이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운동 클럽에서 친구들과 같이 지낼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지역마다 종목별 클럽이 있어서 학교 친구들을 운동 클럽에서도 만나게 되기 마련이고 더욱 친해질 수 있다. 이렇게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으니 외국에서 전학을 와도 친구 걱정 없이 잘 적응할 수 있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한국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친구를 사귀려면 또래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영어나 수학 학원에 보내야 하겠지? 미국처럼 예체능 활동에 대한 선택 폭이 넓지 않은 한국 현실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특히 외국인 청소년이 한국에 와서 국제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다닌다면 친구를 만들고 적응하기란 정말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와 해외연수’는 책 《아이를 외국 학교에 보내기로 했다면》(김재원, 김지인 지음/웅진서가)의 일부 내용을 발췌해 연재합니다. 서울대 소아정신과 교수 아빠와 중2 딸이 2년 동안 미국에 살며, 하나하나 겪고 함께 쓴 아이 적응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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