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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당 47학점 수업하던 강사, 잠시 학교를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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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오늘 연봉협상 진행하였고, 학교를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유는, 제가 사립대에서 한 학기에 50학점 이상 강의하면 받을 수 있는 연봉을 제의 받았습니다.

10년 조금 안 되는 저의 강사 및 겸초빙교수 생활은 잠시 여기서 막을 내릴 듯 합니다.


학교를 떠나기 위한 결정은 갑작스레 즉흥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6월 초중순, 강사법으로 인한 3년 재임용기간이 만료되면서 고용이 불안하게 느껴졌고,

제가 출강하는 여러 학교의 모든 프로세스는 늘 그렇듯 제각각이었습니다.

학생들 수준은 매년 수능 1등급 단계씩 떨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여름 학기 5학점 분량이 모두 다 폐강된 것은 저에게 마음의 상처가 되었습니다.


평소 투자하던 주식도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1월달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에는 인버스 계열로 꽤 좋은 수익을 얻었지만,

3, 4월달에는 고전을 면치 못하였습니다. (왜 숏치지 말라는지 알 것 같습니다.)

나는 왜 차트도 열심히 공부하며 강의도 하면서도 실제로 얻는 게 없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지인을 통해 신입 개발자 자리를 알아보았지만, 30대 후반인 저를 뽑아주지는 않더군요,.

그래서 제가 평소에 알던, 전기전자컴퓨터 분야의 꿈의 기업(혹은 누군가에게는 블랙기업)이라는 곳에 원서를 넣었습니다.

그랬더니 덜컥 붙었고, 생각보다 높은 직위에 생각보다 높은 연봉협상이 마무리된 상황입니다.

(왜 이렇게 저같은 사람을 기대하는 걸까요, 이 회사는...?)


아직 사인을 한 것은 아니지만, 한 학기에 50학점 이상 강의하면 받을 수 있는 돈을 한 회사에서 받을 수 있고,

(비록 제품 개발에 가깝겠지만) 내가 하고 싶은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고, (논문 읽고 개발한다고 합니다)

혹자는 월화수목금금금에 야근필수라고는 해도 환경도 좋아 보이는 등, 여러가지 장점이 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죠. 그리고 중도 노동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당분간 학교를 떠납니다.


사실 영원히 학교가 싫어진 건 아닌데 (미련은 있습니다),

학교에서 계속 채용 공고 나올 때마다 원서 넣고 강의하고 있으면 계속 허공을 맴도는 것 같고 슬퍼집니다.

매년 수준이 reset되는 학생들, 변화없는 나의 강의, 기타 등등... 슬픕니다.


적어도 이공계 분야에서는 제가 강의시수만으로는 지난 10여년간 TOP 10 안에 들 것 같은데,

학교는 저를 알아주지 않고, 오히려 일면식도 없는 회사가 저를 알아주니 여러가지 착잡한 심경입니다.

이제는 학교 이곳저곳 보따리 장사는 지쳤습니다.

1~2년뒤에 짤린다 하더라도 적어도 고용에 있어서는 안정을 찾고 싶습니다.


지금부터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아서 빚을 갚고 결혼도 한 다음 조그만 제 집을 가지며 저축하고 싶습니다.

자식은 갖고 싶지 않고요, 나중에 정말 갈 데가 없으면 근근히 살아가며 생을 마감하고 싶습니다.


운이 좋다면 현재 있는 겸임교수 학교들은 회사의 허락 하에 강의할 수 있을 수도 있겠네요.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 당분간은 열정이 없어졌습니다.





조만간 FOMC에 의한 금리인상, 그리고 그로 인한 자산가치의 폭락,

그리고 그와 연동된 소비 감소, 경기 침체, 여러가지 문제들로 인해,

우리나라에는 큰 소용돌이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때쯤 되면 저의 지금의 선택이 어떨지 모르겠네요. 회사는 춥디 추운 겨울이 될 테니까요.

그 겨울을 대비하며 당분간 열심히 일하다가, 갈 데가 없어지면 다시 학교 문을 두드려보려 합니다.

물론 학교는 늙고 병든 저를 반갑게 여기지는 않겠지만요.

정 안 된다면 평소 하던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야 하겠죠.


그렇지만 지금처럼 매 학기 마음 졸이며 사는 삶보다는 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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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많으셨습니다.

글에서 그간의 애환이 느껴지네요..


수많은 학생들 키워내시고 졸업시키신 당신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학생들 가르치시며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학교는 알아주지 않아도 제가 알아드릴게요.


회사생활이 좀 더 힘들 수도 있지만, 좋은 자리로 가신다니 축하드립니다.


다시 만나는 날까지 건강하시고 화이팅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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