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살에 석박사 재도전을 하려합니다.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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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4살이고, 현재 정출연에서 단기계약직 이후 학생연구원이라는 비정규직 신분으로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올해는 이곳에 글을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대학원 석박사라는 꿈에 다시 한번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당장 다른사람들 앞에 꺼내보일 수 있는 것은 인서울 학부 졸업장(3.7/4.5), 토익 900점 그리고 현재 다니고 있는 정출연의 경력증명이 전부입니다. 수능 재수, 복수전공을 위한 학기 연장, 석사 1학기 이후 중도 포기하여 흘려보낸 2년간의 유럽생활 등으로 먼길을 돌아오느라 저는 항상 또래보다 늦었습니다. 34살에 다시 꿈꾸는 대학원 석박사는 이제는 너무 늦어 놓아주어야 하는 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보다 더 많은 인생의 경험을 쌓아오신 선배님들 앞에서 감히 말씀드리자면, 이 꿈은 더 이상 젊은 날의 객기로 봐주기에는 너무나 무모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 의욕은 가득하지만 무섭고 조심스럽습니다.
 
그런 무거운 마음으로 먼저, 저와 같이 30대에 석박사를 꿈꾸는 분들의 이야기를 검색해보고 모든 댓글들을 읽어보았습니다. 결혼과 자녀유무, 집안의 재정적 지원가능 여부,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인지 취준생인지를 막론하고 이 이야기의 결론은 사회생활의 전성기가 시작되는 30대를 대학원 생활로 보낼만큼 석박사가 더 좋은 기회를 보장해주느냐? 절대 No, 그렇지만 학문의 길이 정말 내가 갈 길이라는 확신이 있고, 내가 연구하고 싶은 분야와 석박사 이후 가고싶은 길에대한 명확한 목표가 있다면? 그래도 가능한 말리지만, 간다면 화이팅! 이었습니다.
 
아마 이 글에도 같은 답변이 달릴 수 있겠지만, 그래도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조언을 구하고자 합니다.

 
학문의 길이 제게 맞는 길이라는 확신은 없지만, 학문의 길에 대한 배고픔과 갈증은 항상 있어 왔습니다.
대학원 진학은 제 꿈이기도 했고, 가정환경 탓에 대학원을 가지 못하신 아버지의 꿈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취업보다는 대학원 진학을 높은 우선순위에 두었고, 대학생활 중 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가정환경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오히려 남은 가족들이 아버지의 가장 큰 소망이셨다며 저의 대학원 진학을 지원하고 응원해주었습니다. 그 덕분에 졸업을 마치고 대학 등록금이 없다는 유럽국가로 떠나 석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석사 1학기를 마치고 모교 해외유학 장학금 지원사업의 인터뷰를 위해 잠시 귀국을 하였는데, 그때 저만 바라보고 한국에 남겨져 힘들게 살고 있는 가족을 보고 석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석사를 빨리 끝내고 돌아와야 한다는 조언을 수도 없이 들었고 저도 알고 있었지만, 당장 생활비가 없어서 먹고싶은 것, 입고싶은 것도 못사고, 무엇보다 집안의 가장이 없는 채로 가족들이 겪는 생활을 직접 마주하니 도저히 제 꿈만 쫓아 독일로 다시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34살에 대학원 진학을 다시 꿈꿀만큼 열정이 가득한 지금 다시 돌이켜봐도 그때 석사를 포기한 것이 전혀 후회되지 않을만큼 참담했습니다.
 
올해 3월로 제가 석사를 포기한지 만 3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비정규직으로나마 취직을 하여 생계를 유지해나갔고, 이제는 동생도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해서 가정에 여유가 생겼습니다. 독일에서 한 학기 석사생활 할 때도 그랬지만, 아직도 학문의 길이 제가 가야할 길이라는 확신과 진정 연구하고 싶은 분야가 무엇인지는 명쾌하게 답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대학원에서 배우며 연구하며 제 세부연구분야를 설정해나가고 박사로서 자립하게 되는 그날까지의 길이 정말 힘들겠지만, 포기는 없으리라는 자신은 있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조언이나 이런 상황에서의 컨택이나 대학원 지원 등에 관한 어떠한 조언이라도 남겨주신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듣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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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올린 34살 상담자입니다.

먼저, 많은 선배님들께서 짧고 긴 다양한 답변들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드립니다.

답변들을 보고나니 사실 저는 이 글을 쓸 때부터 마음이 어느 정도 기운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정확히는 이제 누가 뒤에서 등 한번만 살짝 떠밀어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응원해주시는 글을 보고는 힘을 얻었고, 극구 말리시는 글을 보고는 '힘이 들때면 이 글을 보러오자..' 이렇게 스스로 더 굳게 다짐했습니다. 

그래도 '그냥 딴 생각이 든다'라는 답변은 정말 가슴을 후벼팠습니다...
본문에 쓴 '학문의 길이 제가 가야할 길이라는 확신과 진정 연구하고 싶은 분야가 무엇인지는 명쾌하게 답할 수는 없습니다.' 라는 구절을 보시고대책도 없이 허황된 꿈만 쫓는다고 말씀하시는 거겠죠.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유럽에서 석사과정 한 학기만 수학했습니다. 코스워크를 따라가면서 먼발치에서 선배님들이 연구 아이디어로 고민하시는 것을 보며 말 몇마디 나누는게 전부였습니다. 어느 분야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선배님들을 보면서 연구를 수행하는데에 노력과는 별개로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은 그나마 수월하게 그 길을 걸어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34살에 석박사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분명 일반적인 기준보다 높은 가능성 혹은 기준으로 판단을 해야할텐데,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의 기준에서 본다면 저는 확실히 타고났다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귀국 후 학부 졸업생의 신분이었지만, 연구 분야에서 벗어나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어 정출연 등의 연구기관 기술/행정직으로 취준을 이어갔습니다. 그리하여 최근 1년간은 학생연구원으로 페이퍼 작성, 자료 수집, 분석 등의 소위 잡일을 담당하였지만, 박사님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한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과제를 계획하고, 자료를 정리분석하고, 페이퍼를 작성하는 등의 체계를 세우는 일들은 제 적성에 너무나 잘 맞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었고, 천재적인 아이디어로 과연 최고의 논문을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연구자의 길이 제게 맞지 않는 길은 절대 아니다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학문의 길이 제가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고 물어본다면, 명쾌하게 네! 라고 대답할 수는 없지만,
학문의 길은 제가 지금까지 들어보고 찾아본 수많은 길 중 그래도 가장 제게 잘 맞는 길 중 하나라고는 생각합니다.


저는 학부에서 건축을 전공했고, 학부시절 막연하게나마 도시, 부동산, 건설산업, 건설경제라는 연구분야의 큰 틀은 정해두고 이를 목표로 하여 경영학을 복수전공 했었습니다. 그 덕분에 독일에서는 건축과 경영학의 대학원 코스워크를 반반씩 듣는 산업공학 석사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한 학기만 다니고 그만두기도 했고, 아직 제가 구체적으로 어떤 세부연구분야가 있고, 어떤 세부연구분야를 연구하고 싶은지에 대한 사전 준비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조언들을 통해 느꼈습니다.

워낙 현실에서 붙임성이 없고, 가벼운 부탁도 쉽게 못하는 성격이라 혼자 끙끙 앓다가 아는 범위 내의 정보로만 판단해서 항상 먼길을 돌아가고는 했었는데, 이 곳을 알게되어 조심스럽게 글을 올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대학원에 지원할지는 모르겠지만(하겠죠..?) 그 전에 석박사 과정 중 목표와 그 이후의 목표 그리고 제가 수학하고자 하는 분야의 논문을 찾아보면서 연구하고자 하는 세부분야를 더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하루 사이에 약 10개의 댓글이 달렸고, 앞으로 더 많은 댓글이 달릴지도 모르겠는데, 다시 한번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도 분명 댓글과 같은 응원과 염려를 함께 해주셨을 것 같습니다.

모두 각자 계신 곳에서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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