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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시대…학령인구 급감에 대학 존폐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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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추락할 곳이 없어 보이던 우리나라 출산율은 지난해 또 다시 최저치를 찍었다. 지난해 사상 첫 ‘데드크로스’(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초과)가 현실화되면서 인구절벽의 공포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2020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총 출생아 수는 27만 2400명으로 재작년 대비 3만 300명이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재작년보다 0.08명 하락했다. 1970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지난해 유엔인구기금(UNFPA)이 발표한 ‘2020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198개국 중 한국은 합계출산율이 꼴찌였다. 한국 출산율은 세계 평균(2.4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 대응 명목으로 예산 225조 원을 투입했지만 최근 3년간 0명대 출산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로 미혼·기혼의 성인남녀 모두 ‘경제적 어려움’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국민 인식 및 욕구 심층 조사 체계 운영’ 보고서에 따르면 만 19세~49세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결혼·출산에 대해 조사한 결과 미혼은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아서’(44.7%)가 가장 많았다. 뒤이어 ‘양육 및 교육비가 부담스러워서’(19.3%) ‘아이 없이 생활하는 것이 여유롭고 편해서’(12.6%) ‘아이돌봄 시설 및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아서’(7.8%) ‘아이 키울 주거 환경이 마련되지 않아서’(7.6%) 순이었다.

기혼도 마찬가지였다. ‘경제적 불안정’이 37.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아이 양육비 및 교육비 부담’(25.3%) ‘아이 없이 생활하는 것이 여유롭고 편해서’(11.9%) ‘아이 키울 주거환경이 마련되지 않아서’(10.3%) ‘아이 돌봄 시설 및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아서’(8.3%) 등의 순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이 발표한 자료도 마찬가지였다. 2019년 문체부 국민소통실은 ‘누리소통방’에 등록된 게시물 31만 여건을 바탕으로 ‘저출산의 원인’에 대해 빅데이터 기법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분석 결과 국민들은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일자리’ ‘교육비’ 등 경제적 요인과 관련한 키워드를 많이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연관어로는 ‘맞벌이’ ‘청년실업’이 상위에 올랐다.

실제 2년 차 신혼부부 이수현·김선화(가명) 부부도 아이를 낳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치솟는 집값에 대출금을 상환하기도 벅차 현 상황에서는 아이는 꿈도 꿀 수 없다고 했다. 부부는 “아이를 낳고 싶어도 키울 자신이 없다. 자기 밥벌이하기도 힘든 세상에 아이까지 고생시킬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한다. 겨우 아동수당(?) 10만 원 준다고 아이 낳지 않는다. 집값, 물가는 매년 크게 오르는 데 월급은 쥐꼬리만하게 오른다. 이 상황에 누가 아이를 낳고 키우고 싶겠나”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4년 차 부부인 이서희 씨(가명)는 올해 초 임신했다. 곧 엄마가 된다는 행복감도 있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최근 산후조리원을 예약했다. 2주에 270만 원이라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울며 겨자 먹기로 예약했다. 엄마가 된다는 기쁨이 더 크기는 하지만 앞으로 경제적으로 힘들어 질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하다”고 말했다.

■저출산→학령인구 감소→대학 존폐 위기 = 저출산은 심각한데 묘수가 딱히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저출산은 대학의 학령인구 감소에 근본적인 원인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학은 존폐의 갈림길에 설 가능성이 높다.

올해 대학입학 정원이 수험생보다 많아지면서 최악의 미달 사태를 빚었다. 2021학년도 수능에서 수험생보다 모집정원이 더 많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2021학년도 수능 응시자는 42만 1034명으로 재학생은 29만 5116명, 졸업생 등(검정고시 포함)은 12만 5918명이었다. 직전 수능 응시자 48만 4737명 보다 6만 3703명이 줄어든 수치다. 반면 올해 대학 입학 정원은 55만 5774명으로 수능 응시자보다 13만 4740명이나 많다.

특히 전문대는 타격이 더 크다. 지난 9일 본지가 입수한 2021학년도 전국 전문대학 신입생 모집 최종등록 자료에 따르면 전문대 정시모집에서 등록률이 80% 미만으로 떨어진 대학이 많았다. 올해 등록률 100%를 채운 전문대는 26개교뿐이었다. 입학정원 1000명 미만인 소규모 모집대학을 빼면 올해 신입생 모집에서 100% 충원율을 달성한 대학은 단 9개교에 불과했다.

사실 대학의 ‘신입생 증발 사태’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 저출산 여파로 고3 수험생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고3은 2018년 57만 1000명에서 2019년 50만 2000명, 2020년 43만 8000명으로 급감했다.

박승영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연구위원은 “저출산 시대에 학령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전문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과제는 성인학습자와 외국인 유학생 유치라고 생각한다. 이에 현재 협의회에서는 해당 내용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병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입학지원실장은 “협의회 차원에서 보면 대면으로 입시 홍보에 나섰던 대학들이 코로나19로 제대로 된 홍보를 못하게 되면서 신입생 대규모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고 판단한다”며 “정부 차원에서는 직업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정책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지방 대학의 소멸은 지방 경제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방의 소멸은 곧 국가의 소멸이다. 골든타임이 지나가기 전에 대학 자체는 물론이고 정부와 지자체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중삼 기자 jslee@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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