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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통폐합 정원 조정 진통 내몰린 지방대… 지역대학 위한 정책 마련 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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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과를 선택한 대학들에서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대학이 탄력적으로 정원을 조정하는 방안과 지방대의 과도한 출혈을 막기 위한 수도권 정원 조정 등의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궁극적으로는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동국대 경주캠퍼스는 18일 빅데이터응용통계학전공‧한국음악과‧의생명공학전공‧신소재화학전공 등 4개 학과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강원대 삼척도계캠퍼스 역시 유아교육과, 신라대는 예술학과를 폐지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일었다.

■인구구조 변화, 교육부 정원조정 정책에 ‘강제 다이어트’ 압박받는 지방대 = 잇따른 대학들의 폐과 결정은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기본역량진단의 거센 정원조정 압박에서 비롯됐다. 김인홍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무처장은 폐과 결정에 대해 “입학자원 감소로 대학의 존립의 위기를 맞았다. 교육부의 정책 변화도 있었다. 정원 감축의 대학별 자율화와 시장논리를 채택한 것이다. 2021년 영호남 지역 대학의 78%가 사실상 미달을 기록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신라대도 지난해 입시에서 모집정원의 79.8%를 확보하는 데 그쳐 신입생 정원을 지난해보다 15%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강원대 유아교육과는 5년간 입학정원이 65%나 감소해 어려움을 겪었다. 이외에도 강릉영동대는 2년 평균 신입생 충원율 60%를 채우지 못한 5개 학과의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올해 대학기본역량진단은 신입생 충원율 지표의 배점을 높게 잡아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모집 정원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번 평가에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개 대학의 실적만 반영된다. 대학들은 향후 정부의 대학 평가에서 신입생 충원율은 계속 주요 지표로 활용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으로도 정원 조정 목적의 폐과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김민수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 회장(가톨릭관동대 입학처장)은 “이번 평가에서 입학률이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학령인구 감소는 계속 이어지는 추세다. 결국 다음 주기 평가가 진행된다면 역시 입학률을 볼 가능성이 높다. 이를 대비하려면 이번 평가 이후에도 대학들의 구조조정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원 조정 압박이 지방대에 더욱 크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학령인구 감소가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큰 영향을 주고 있고 역량진단의 신입생 충원율 지표 역시도 학령인구 감소의 영향을 받는 구조다. 이에 더해 지방대의 오래된 고민인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도 여전한 상황이다. 최근 폐과 사실이 보도된 대학들이 지방대라는 점도 이를 확인시켜준다.

논리적 추론뿐 아니라 통계적 예측도 같은 결과를 보여준다.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가 지난해 발표한 ‘대학 위기 극복을 위한 지방대학 육성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대 220개교 중 2024년 신입생 충원율 95%를 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을 것으로 추산됐다. 지방대 3곳 중 1개교는 신입생을 70%도 못 채울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심지어 지방대 10곳 중 1곳은 신입생을 절반도 채우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반면 수도권 대학들은 같은 기간 7곳을 제외한 119개교(94.4%)가 70% 이상을 충원할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 책임 주장하는 대학가…정원 정책 변화, 재정 지원 확대 촉구 = 이어지는 폐과 논란의 근본에 있는 지방대의 정원 조정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임은희 대교연 연구원은 수도권 대형 대학의 정원 감축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에서 지방대 육성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한 ‘대학구조개혁사업’의 한 부분이다. 당시 정부는 2009년까지 국립대를 9개 대학으로 통폐합하고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 등 서울지역 대규모 대학의 입학정원을 10% 이상 감축했다.

임 연구원은 “수도권과 지방대 정원을 포괄적으로 감축하는 ‘전체 대학 정원 감축’이 필요하다. 노무현 정부는 수도권 대형 대학이 10%의 정원을 줄이면 재정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정원 조정 정책을 시행했다. 지역균형발전과 대학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이와 같은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복수의 지방대 관계자들에게서는 ‘수도권 편입학’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북권과 강원권 소재 대학 관계자들은 “서울‧수도권 대학 정원 외 모집인원 제한도 고려해야 한다. 현 상황대로라면 수도권 쏠림 현상은 심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폐과 문제에 있어서는 ‘모집정원 유보제’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대학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는 일부 정원의 모집을 잠시 유보했다가 원하는 시기에 다시 원래 정원만큼 모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장제국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은 “코로나19 등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현재 모집이 잘 되지 않는 특정 학과가 있다. 지금 모집이 어렵다고 폐과하기에는 학과의 존재 가치가 분명히 있고 향후 다시 원활히 모집이 이뤄질 수 있는 가능성 있는 학과도 있다”면서 “대학에 모집정원 유보제를 도입하는 것이 대학의 원활한 정원 조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폐과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폐과가 결정된 학과의 교원과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황홍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폐과된 과의 교원을 인근 대학으로 전환배치하는 방안이나 해당 학과의 학생들이 인근대학 유사 학과로 옮겨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편입학 제도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며 “현재 대학들은 폐과 이후에도 기존 재학생들이 모두 졸업할 때까지 학과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폐과된 학과 교원을 위한 연수 지원도 필요하다”며 “초‧중등교육 정책으로는 현재 사립 중‧고등학교 교원들의 과목 전환을 위한 연수 비용이 지원되고 있다. 그러나 대학 교원을 대상으로 하는 전공 전환 연수는 아직 지원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 확충이 가장 근본적인 위기 타개책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박정원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대학의 정원 조정은 재정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부가 OECD국가 평균 수준만큼이라도 고등교육에 교육예산을 투자한다면 보다 작은 정원 규모로도 대학기관으로서 존립 가능하고 교수의 연구여건, 직원의 노동여건, 학생의 수학여건이 보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병국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실장 역시 “초‧중‧고등학교의 경우 대학보다 먼저 학령인구 감소의 영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폐교를 하진 않았다. 오히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면서 교육의 질을 높였다”며 “대학도 장기적으로 정부가 교육비를 지원하면서 정부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허지은 기자 jeh@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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