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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이 뭐길래… 대학 기부금 유치에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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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에 취임해 우리나라 대학 기부금 현황을 보니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명하다. 일명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대학은 기업에서도 적극적으로 기부금을 많이 내면서 독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 A대 총장

등록금 동결, 코로나19 등으로 대학 재정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대학 기부금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마저도 상위 몇몇 대학에 쏠림현상이 발생하면서 기부금 양극화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KAIST 기부금 행렬… 상위 3개 대학 기부금 쏠림 확연= 지난 3월 90대 노부부가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위해 써달라”며 KAIST에 20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기부했다. 지난해에는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이 “노벨상 수상자를 꼭 배출해 달라”며 766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쾌척했고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도 현금 500억 원을 기부했다.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은 2019년 모교인 서울대에 500억 원을 쾌척했다. 이 기부금액은 역대 서울대 기부자 중 최대 액수로 꼽혔다.

이처럼 주요 대학은 동문 외에도 외부의 기부 행렬이 이어진다. 대학알리미 2020년 기부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사립대 기부금 순위 1위는 고려대로 554억 원이다. 이어 연세대 408억 원, 한양대 149억 원, 이화여대 144억 원, 성균관대 129억 원, 동국대 101억 원 순이다. 기부금 순위 10위권에는 을지대를 제외하고 모두 서울·수도권 지역의 대학들이 차지했다.

국공립대 기부금의 경우 대학알리미 2020년 국·공립대 발전기금회계 예산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가 620억 원 규모로 가장 많다. 이어 전북대 149억 원, 강원대 101억 원, 부산대 100억 원, 충남대 100억 원 등의 순이다. 이들 대학은 모두 지방 대규모 대학이지만 기부금액은 서울대와 비교해 규모면에서 4~6배 차이를 보인다.

기부금 순위 하위 대학으로 갈수록 양극화는 더욱 커진다. 한려대는 2019년 기준 기부금액이 1200만 원이었다. 경주대 2900만 원, 신경대 3900만 원, 금강대 3900만 원, 한국국제대 6900만 원 등으로 한 해 기부액이 1억 원이 채 안 되는 수준이다. 국·공립대의 경우 기부금 하위 순위는 모두 교육대가 차지했다. 의대가 없고 지방에 있는 소규모 대학일수록 기부금액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외 대학 기부금 시스템 어떻게 다른가= 오랜 기부 문화가 자리 잡은 해외의 경우 기부 시스템을 비롯해 기부 금액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지난해 비영리단체 교육지원위원회(CASE)가 발표한 2019회계연도 기준 대학 기부금 모금 현황을 보면 기부금 총액은 496억 달러(약 56조 800억 원)로 집계됐다. 그 중 기부금액 1위는 존스홉킨스대로 27억 달러(약 3조 1300억 원) 규모다. 이어 하버드가 14억 달러(약 1조 5800억 원), 스탠포드가 11억 달러(약 1조 2400억 원)였다. 주립대인 UCLS는 7억 3000만 달러(약 8250억 원), USC는 6억 6000만 달러(약 7460억 원)였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고등교육기관의 기부금 실태 분석 연구’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사립대는 정책적·제도적 지원으로서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상속세, 자본이득세, 부동산세 등의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기부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최대 50%를 적용한다. 개인 기부금에 대한 기업의 매칭기부 제도도 있으며 계획기부 상품 활성화를 위한 세제 혜택을 강화했다.

영국의 고등교육기관들은 대학의 특성과 강점을 살려 기부금 모금 활동을 강화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대학의 자체재원 확보를 독려한다는 점도 특징이었다. 이를 위해 모금한 기부금 액수에 따라 정부에서 기부액의 100~300%까지 지원하는 기부금 매칭 펀드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김효은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한국 대학은 사실상 등록금과 국고보조금만 가지고 운영되는 상황”이라며 “미국 같은 경우는 전체 대학 중 공립대 비율이 한국보다 높고 사립대가 기부금 모집을 많이 하고 있어 규모 측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총장 중심 기부금 유치 문화 바뀌어야… 제도 마련 의견도= 재정의 대부분을 등록금 수익에 의존하는 국내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 장기화로 극심한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총장 취임 후 우선순위에는 늘 기부금 유치가 꼽힌다. 여기에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유학생 유치마저 어려워지면서 기부금과 같은 외부 수익이 절실한 상황이다.

B대 총장은 “(기부금 순위) 10위권 밖에 있는 대학들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동문의 참여 역시 어렵다”면서 “역대 총장들이 그래왔듯 기부금 유치를 많이 하겠다고 공언해 열심히 안팎으로 뛰어다녔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고 토로했다.

지역의 C대 총장도 “총장이 되고 나서 대학의 재정 악화 타개 방법으로 내놓은 한 가지가 기부금 모집”이라며 “취임 첫 해는 서울을 오가며 기업의 사람들을 통해 기부금 유치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어 “그 동안에는 기부금을 낸 기부자들에게 별도의 사례가 없었으나 ‘감사의 밤’과 같은 행사를 열거나 기부자 동판 제작 등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윤경욱 대학발전기금협의회 회장(한국외대 대외협력부처장)은 “비영리 단체에는 소액기부가 대중화 돼 있지만 현재 대학은 총장의 역량에 기댄 고액기부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사회 초년생 때부터 기부문화를 경험하게 해줄 소액기부를 늘리는 방법을 각 대학들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한 정부의 제도적 장치 마련도 주문했다. 윤 회장은 “과거 정치후원금처럼 기부금에 대해 소득공제를 해주는 방식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미국과 같은 다양한 기부방식 확대와 기부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려 대학 스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지희 기자 easy@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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