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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이 아니라 5·6학년 휴학의 늪에 빠진 대학…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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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대학 생활이 길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7월 22일 발표한 ‘2020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에 대학을 졸업한 청년은 입학부터 졸업까지 평균 4년 3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2010년 조사에서는 평균 4년이 소요됐다. 10년 사이에 대학 생활에 필요한 시간이 3개월 증가한 셈이다. 0.3개월이 줄었던 2017년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통계청이 해당 조사를 발표한 이래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길어진 대학 생활은 휴학을 선택하는 학생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같은 조사에서 졸업생 중 휴학을 경험한 학생이 47%로 거의 절반에 달했다. 2010년 39.7%였던 휴학경험자 비율에 비해서도 7%가 넘게 늘었다.

늘어나는 휴학경험자 수는 대학 교육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김안나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5학년이나 6학년이라는 말이 대학에서 점점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2년에서 4년까지 주어진 교육 기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서 대학을 졸업하는 것은 학생과 대학 모두에게 비효율적인 상태”라고 말했다.



■ 고용불안이 만들어낸 학업중단 = 졸업생의 절반이 휴학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스펙 쌓기와 인턴십 등 ‘취업 준비’다. 통계청의 같은 조사에서 ‘대졸자의 휴학사유 및 평균 휴학기간(복수 응답 가능)’에 따르면 ‘병역의무 이행(64.5%)’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답변율을 보인 문항은 ‘취업 및 자격시험준비(26.3%)’였다. ‘어학연수 및 인턴 등 현장경험’은 13.7%로 뒤를 이었다. ‘학비(생활비) 마련’이라고 답한 학생은 11%, 기타 이유로 응답한 학생은 8.8%였다. 휴학생 중 절반 이상이 취업을 준비하려고 휴학을 선택한 셈이다.

올해 2학기에 휴학을 결정한 A씨(크리에이티브인문학부 4학년)도 어학연수를 하려고 휴학계를 냈다. 그는 “주변에 휴학을 결정한 친구가 꽤 많다. 대부분 공무원 준비를 목적으로 휴학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취업 준비로 휴학하는 학생이 많아지는 이유로 불안정한 미래와 고용불안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일자리의 수가 줄면서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다. 졸업생은 당연히 더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고 휴학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꾸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취업 준비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집단은 4년제 일반대학을 다니는 학생이다. 이화여대에서 한국교육종단연구2005의 10차년도 자료를 분석해 지난해 12월 발표한 ‘대학생 휴학 경험과 휴학 계획 결정 요인 분석’에 따르면 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에 다니는 학생일수록 휴학 계획 확률이 높게 나타난다. 통계청의 같은 자료에서도 4년제 대학을 다닌 휴학경험자 비율이 55.9%로 3년제 이하 대학을 다닌 휴학경험자 비율(33.9%)보다 높았다. 김안나 교수는 “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을 다니는 학생은 기대 수준이 매우 높다. 반면에 기대에 부응하는 기업의 수는 점점 줄고 있다. 고용시장이 불안할수록 스펙 경쟁은 과열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 더 커진 불안에 휴학하는 여학생 = 여성 휴학경험자가 많아지는 것도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통계청의 같은 조사에 따르면 2010년 18.4%였던 여성 휴학경험자 비율은 2020년에 26.3%까지 증가했다. 특히 작년에는 2019년(23.2%)에 비해 3.1%나 증가해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남성 휴학경험자 비율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 74%대에서 79%대 사이에서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고 있다. 이화여대의 같은 연구에서도 여학생일수록 남학생보다 휴학 계획 확률이 높게 나타난다고 분석하고 있다.

졸업까지 소요된 시간도 남성은 정체되는 반면 여성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5년 1~2개월대에 머물러 있지만 여성은 2010년 3년 3개월에서 2020년 3년 8.3개월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전문가는 여성에게 불리한 취업 구도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김안나 교수는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고용시장에서 더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불리한 환경이 경쟁의 부담감을 높이는 게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소속감으로 효율성 높여야 = 휴학경험자가 많아지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화여대의 연구에서는 대학소속감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연구에 따르면 교수, 학과 동기, 선후배 등 여러 집단 중 교수 집단이 휴학 계획 확률을 줄이는 데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 다른 집단은 유의미한 영향력이 없었다.

김 교수는 “현재 대학생은 적성과 진로를 모두 고민하고 있다. 각 학생이 전공하는 학문을 깊게 이해할 수 없으면 문제에 제대로 다가가기 어렵다. 학과에서 만난 친구나 선후배보다 학과 수업을 전담하는 교수가 전공과 관련된 진로 등을 더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 대학에서는 전임 교수제를 도입하거나 학기 또는 학년별 진로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교수와 학생 사이는 아직도 어렵다. 올해 1학기에 휴학을 결심한 B씨(산업디자인학과 3학년)는 “디자인 분야를 진로로 정하고 학교에 들어왔지만 적응이 쉽지 않다. 상담할 수 있는 교수가 세 분 정도 있지만 어떻게 다가갈지 잘 모르겠다. 수업을 2년이나 들었지만 관계를 맺기가 어려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정례화되면서 교수와 학생 사이는 더 멀어지고 있다. 전문가는 온라인 진로상담을 활용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지영 한국상담학회 진로상담분과 학회장은 “온라인 진로상담은 친밀감과 집중도 면에서 단점이 있지만 접근성 면에서는 강점이 있다”면서 “정교하게 설계하면 더 많은 학생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셈이다. 소수 그룹활동과 전체 활동을 병행하거나 학교 상담실과 연계하는 방식 등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 자체를 쇄신해야 대학교육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안나 교수는 “대학교육이 청년의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면서 “학문의 자본주의화가 진행되면서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명분으로 교육에 꼭 필요한 부분까지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대학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충실한 교육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민 기자 toad1013@unn.net


출처 : 한국대학신문 - 409개 대학을 연결하는 '힘'(https://news.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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