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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역량진단 미선정 대학 총장 줄사퇴… 사퇴보다 사태 수습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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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기본역량진단에서 미선정된 대학의 총장들이 줄지어 사의를 표명하면서 교육계에서는 당장의 사퇴보다 현 사태에 대한 수습이 먼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군산대, 인하대, 위덕대 총장 줄사퇴… 인하대 내부 구성원 ‘엇갈린 시선’ = 대학 기본역량진단에서 탈락한 대학의 총장들이 사퇴하고 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구성원들의 시선이 엇갈린 대학도 있다. 가장 먼저 총장 사퇴 신호탄을 쏘아올린 곳은 경주에 위치한 위덕대다. 장익 위덕대 총장은 임기를 6개월여 앞두고 지난달 31일 사퇴했다. 장 총장의 중도 사퇴로 이 대학은 당분간 오영호 대학원장의 총장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교육부는 지난달 2021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 가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위덕대를 포함한 52개 대학이 미선정되면서 3년 동안 140억 원이 넘는 지원금을 받지 못해 학교운영에 적지않은 차질이 예상됐다. 교육부는 지난 3일 가결과를 그대로 확정했다.

교육부가 대학 기본역량진단에서 탈락시킨 전국 52개 대학 가운데 유일한 국립대인 군산대 곽병선 총장도 지난 5일 사의를 표명했다. 곽 총장은 ‘교직원 여러분께’라는 글에서 “지난 3년 6개월 동안 함께해주신 교직원, 학생, 동문 및 지역 사회 많은 분의 성원에 힘입어 최선의 노력을 다 해봤지만 결과적으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이번 평가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총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전했다. 곽 총장은 교육부에 사퇴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대 총장의 최종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사퇴서를 받아들여야 최종 결정이 된다. 곽 총장의 임기는 2022년 3월 22일까지다. 군산대는 곽 총장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김동익 입학처장을 총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인하대 총학생회는 지난 9일 홈페이지에 총장 사퇴에 반대하는 글을 올렸다. (사진=인하대 총학생회 제공)
인하대에서는 총장의 사퇴를 둘러싸고 구성원 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조명우 인하대 총장과 신수봉 교학부총장, 원혜욱 대외부총장은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에 동반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보다 앞선 지난 6일 인하대 교수회는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최종 결과에 대한 교수회 입장문’에서 “이 사태를 맞게 한 조명우 총장 이하 교무위원급 본부 보직자는 일반재정 지원 탈락의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어떤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당사자들이 이번 사태의 진상규명, 대책 수립 및 우리 대학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며 조 총장 등 보직자들의 사퇴를 압박했다.

그러나 인하대 학생들과 직원들은 현 사태에 대한 수습 없는 당장의 사퇴가 무책임하다고 주장한다. 인하대 총학생회는 지난 9일 대학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조명우 총장과 교직원 일동의 사의 표명은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책임을 진다는 것이 고작 눈물 뚝뚝 흘리며 퇴장하는 것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승환 인하대 총학생회장은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 책임지는 행동은 단순한 사퇴가 아니라 현 사태에 대한 보완 작업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그 뒤에 사퇴해도 늦지 않다”고 비판했다. 인하대 직원노조도 지난 10일 “인하대 총장과 본부 보직자의 사퇴 의사 발표는 학교 경영과 행정의 책임자로서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지금의 사태에 대한 수습이 최우선이며 동시에 원인 규명을 통해 추후 책임질 것에 대해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으로 인하대를 위하는 길”이라고 꼬집었다.

■ 1주기 구조개혁평가부터 탈락 대학 총장들 사퇴 시작… 내홍 시초 되기도 = 기본역량진단에 탈락한 대학의 총장들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풍경은 대학 기본역량진단평가의 전신인 2015년 1주기 대학 구조개혁평가 때부터 시작됐다. 총장 사퇴 후 대학 내부에서 내홍이 발생한 곳도 있다.

강원대는 대학구조개혁 1·2단계 평가에서 전국 지역거점국립대 중 유일하게 구조개혁 대상에 올랐다. 당시 총장이었던 신승호 강원대 총장은 D등급을 받은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를 표명했다. 한성대도 구조개혁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책임을 지고 강신일 총장이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후 한성대는 이사회 감사로 활동했던 정태원 변호사를 임시총장으로 선임했다.

2018년 2주기 대학 기본역량진단(이하 역량진단)에서도 대학 총장들의 줄사퇴는 그대로 재현됐다. 역량진단에서 하위 36%에 해당하는 ‘역량강화대학’으로 선정돼 정원감축이 불가피해진 순천대에서는 박진성 당시 총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덕성여대도 당시 이원복 총장이 역량진단에서 2단계 진단 대상에 오른 것을 책임지고 사퇴했다.

총장 퇴진으로 내홍을 겪은 대학도 있다. 조선대 법인이사회는 2주기 역량진단에서 자율개선대학에 탈락하는 등의 책임을 물어 당시 강동완 총장을 해임 처분했지만 교육부 소청심사위는 절차상 하자와 해임 사유 소명 부족을 이유로 처분 취소를 결정했다. 조선대는 다시 절차를 밟아 재해임을 했고 강 총장은 교육부에 두번째 소청 심사를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는 민영돈 신임 총장을 선출했으나 광주고법이 소청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보류하라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임명 절차가 중단되기도 했다. 두번째 소청 심사에서 교원소청위는 강 전 총장의 두번째 해임은 정당하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비로소 신임 총장을 임명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 “총장 사퇴, 리더십 부재로 대학에 악영향”, “상대평가인 역량진단 구조의 문제” = 교육계에서는 이처럼 총장 사퇴가 리더십 부재로 대학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현 상황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전 총장)는 지난 1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총장의 무작정 사퇴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총장이 사퇴하면 리더십 부재로 대학이 당장 사분오열될 수 있다. 본인의 책임 하에 문제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방욱 전 강릉원주대 총장도 2015년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 제4차 협의회에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돼야 하는데도 구조개혁 평가 등으로 인해 리더십이 실종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상대평가라 특정 대학이 반드시 탈락할 수밖에 없는 역량진단 자체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황홍규 전 대교협 사무총장은 “역량진단 자체가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전체 대학이 99점을 맞았어도 교육부 입장에서는 소수점 3자리를 따지고서라도 일부 대학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면서 “이런 구조의 문제점을 봐야지 총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황 전 사무총장은 “대학이 총장 중심 운영체제가 아니라 구성원 모두의 협의와 합의를 바탕으로 한 체제인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혜승 기자 zzang@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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