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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지원사업 자율성 강조한 정부, 대학들 안정적인 재정확보 대책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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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사회 환경 변화와 학령인구 감소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에 대응하고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전국 대학 기획처장들은 15일부터 제주 서귀포 롯데호텔에서 사흘간 열린 ‘2021학년도 전국대학교 기획처장협의회 동계세미나’에서 오랜만에 마스크 쓴 서로의 얼굴을 마주했다. 기획처장협의회는 코로나19 대유행과 방역지침 강화 시기의 유동적인 변경으로 2020년 하계세미나 이후로 오프라인 세미나를 갖지 못했었기에 이번 동계세미나는 더욱 의미가 깊었다.

김갑성 기획처장협의회 회장(연세대 기획실장)은 인사말을 통해 “예·결산 사업계획까지 챙기느라 너무 분주할 텐데 2박 3일 동안 시간을 내어 동계세미나에 참석해준 기획처장들께 감사하다”며 “대학마다 처한 환경과 현안들이 다르겠지만 동계세미나를 통해 소통하면서 대학의 문제를 이해하고 함께 발전 방안을 모색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대학의 ‘살림’을 하는 기획처의 수장들이 모인 이번 동계세미나 첫째 날에는 최우성 교육부 대학재정장학과장이 ‘대학혁신지원사업 의견 수렴’을 주제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어 박갑식 한국진흥재단 기조실장이 ‘사학진흥재단 소개 및 교육환경개선을 위한 사학진흥기금 활용방안’에 대해 특강을 했다. 두 세션 후에는 5개 지역협의회별 모임과 기획처장협의회 정기총회가 개최됐다.

둘째 날에는 오순영 한컴인텔리전스 CTO 및 한컴프론티스 CSO가 ‘미래의 대학으로 가기 위한 메타버스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특강에 나섰다.

■교육부 “대학 요청 수렴해 최대한 반영할 것… 재정 사용에 자율성 강화할 것” = 동계세미나에서 가장 뜨거운 토론이 오간 시간은 교육부와 기획처장협의회의 질의응답 세션이었다. 교육부 참석자로 참여한 최우성 과장은 토론전 사업 관련 사항들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학에서 이뤄지는 정부 부처 발 사업들은 그 집행기준이 대부분 상이한 경우가 많아 대학 행정력이 많이 소모되고 있다. 이에 최 과장은 “힘들어하는 대학 현장의 목소리를 익히 들어왔다”며 “혁신지원사업의 틀 안에서 시범적으로 8개 부처와 총 14개 사업을 묶어 통일된 기준을 제시하는 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사업을 신설할 시에는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어느 부처의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통일된 기준이 제시될 수 있도록 해 대학들의 혼선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해당 사안은 구체적인 부처와 사업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최 과장은 “사업계획을 초안으로 나눠드리고 설명을 진행했어야 하는데 내부 의견을 완전히 수렴한 상황이 아니라서 공유가 불가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학별 미충원율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 하반기에 대학의 유지충원율을 점검하고 미충족 규모에 따라 권고한다는 계획을 재차 강조했다. 최 과장은 “2주기 대학혁신지원사업부터 시행될 텐데 권역별 기준은 다르게 제시할 계획이고 권역별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정도에 따라 정원감축 권고 정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사업 설계 방향을 설명했다.

성과 평가와 관련해서는 평가 후 주어진 인센티브 재정에 대해 충분한 기간이 주어지지 않은 점에 대해 미안함을 드러냈다. 교육부는 IT 인프라 부분에 대한 2021학년도 사업비 이월요청을 받아들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 시기를 무한정으로 줄 수는 없고 2022학년도 5월 31일까지 집행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다가오는 2주기 대학혁신지원사업 첫해 인센티브 관련 성과평가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배정할 예정이고 이를 위한 정량지표를 마련하기 위해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2022년 1월 초에는 시안 형태로 2주기 대학혁신지원사업 계획을 확정하고 5월까지 대학별 자체 계획안을 수령할 계획이라고 고지했다. 최 과장은 “3월에는 자체 요약서 형식으로 협약을 맺고 구체적으로 실행될 실제 사업계획은 5월에 제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빠른 사업비 교부를 요청하는 목소리에는 “3월에 1차 사업비 교부가 이뤄질 예정이고 이는 상반기에 사용할 규모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개시점을 고지한 날짜에서 조금씩 미뤄지고 있는 혁신지원사업 기본방향에 대해서는 양해를 구했다. 당초 본 계획을 담은 안이 10월에 공개된다는 소식을 믿고 기다린 대학들로서는 매번 미뤄지는 공개 시점에 애가 탈 수밖에 없었다. A기획처장은 “10월에 공개하기로 한 안이 11월로 미뤄지더니 12월 말, 1월 초로 몇 차례 공개 시기가 수정됐다”며 “또 미뤄지지 않을까 우려스럽고 대학들에 요구하는 것은 많으면서 준비할 시간을 촉박하게 잡는 것은 개선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 과장은 “혁신지원사업비 집행 부분과 사업비 활용 부분은 재정 당국과 협의 중”이라며 “토론을 통해 대학의 의견을 수렴해 사업에 반영할 것”이라고 답했고 적립금 비축이나 토지 매입이 아니고서는 사업비 활용에 자율성을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책 방향은 ‘규제완화’와 ‘평가 방법 가이드라인 제시’, 각종 질문 쏟아낸 대학들 = 최우성 대학재정장학 과장의 설명이 끝나자 대회장 이곳저곳에서 질문 기회를 잡기 위한 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B기획처장은 내년부터 대학혁신지원 사업비를 ‘일반 경상비’로 쓸 수 있다는 의미인지 물었다. 이에 교육부 측은 “맞다”고 운을 떼면서도 “자율성을 높이는 대신에 대학에서 재원을 책임지고 사용해야 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평가가 따를 것”이라고 답해 여전히 재정 사용의 자율성이 제한돼 있음을 재확인했다.

C기획처장은 “‘자율혁신계획안’이라고 이름까지 붙였지만 여전히 정부라는 공급자 중심의 지원 정책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며 각종 공표 일정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비판과 상황 설명을 요청했다. 초기 공표한 일정을 여러 차례 변경한 것에 대한 불편은 오롯이 대학이 감당할 몫이기 때문에 잦은 일정 변경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최 과장은 “8월 31일 예산 제출을 확정하고 3개월 동안 예산심의가 진행되는데 기본역량진단 결과에 따른 추가 지원 이슈가 생겼고 관련 논의가 길어져 자율혁신계획에 대한 지침 안내가 늦어졌다”며 양해를 구했다.

사업비 이월에 대한 추가 질문도 이어졌다. D기획처장은 “앞서 내년 5월까지 IT 인프라 항목만 사업비 이월이 가능해질 거라고 했는데 꼭 그 항목만 해당하는 것인가”라면서 “IT인프라 같은 이월 말고 폭넓게 사후 이월을 해줄 수는 없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교육부 측은 “이 부분은 연구재단과 실무적인 협의가 추가로 진행돼야 답변이 가능하다”며 최종 확정 후 전체 안내 공문을 발송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D기획처장은 내년도 평가 변경과 관련해 교육부가 자체적인 평가지표인 공통지표를 추가하려고 한다는 부분에 대해 혼란스러움을 토로했다. ‘자율’을 말하면서 ‘공통지표’라는 부분을 설정하게 되면 결국 대학이 그 부분을 간과하고 재정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결국 ‘자율’이 아닌 ‘종속’의 성격이 강해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는 공통지표 가이드 라인 제시가 없으면 성과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아 재정 확보가 쉽지 않다며 가이드라인 설정 이유를 들었다. 최 과장은 “공통지표 설정 목적은 정부 정책에 대학이 따라오라는 뜻도 대학을 줄 세우겠다는 뜻도 아니다”며 평가에서 나오는 성과들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대학이 재정이 부족한 가운데 질적 혁신에 투자가 필요하다’라는 의견을 끌어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묘연한 자율성 속, ‘고등교육재정교부금’ 만들거나 ‘등록금 인상’ 해야 해 = 온전히 대학들의 질문과 교육부 측의 답이 오간 세션이었지만 2주기 대학혁신지원사업에 대한 궁금증을 모두 해소하기에는 다소 힘들었다.

4년 넘게 한 대학의 기획처장을 맡아온 E기획처장은 “‘평가’ 없이는 재정을 지원해줄 수 없다는 결론을 다시금 확인한 셈”이라며 “1월에 나올 구체적인 자료를 보고 나서야 추가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와 질의응답 이후 이어진 지역별회의 모임에서는 더 솔직한 고민이 오갔다. 모 권역 F기획처장은 “교육부가 본다는 그 일정 수준 이상의 ‘노력’으로 주어지는 인센티브는 길게 잡아도 2~3년인데 이 재정을 받자고 눈에 띄는 정원감축을 할 대학은 없다”고 봤다. 사업이 끝나고 나면 다시 정원을 회복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그 시점에 주어지는 일정조건을 충족해야 회복이 가능한 부분으로 알려져 있다.

G기획처장은 “사실 정권이 바뀌면 1월에 발표될 사안이 그대로 진행될지도 의문스럽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사업이름만 바뀌는 게 아니라 핵심 담당자도 바뀌는 터라 몇몇 대학에서는 “기획 제출 준비를 하고 있긴 하지만 대선 상황과 구체적인 기획안을 받지 않고 교내 회의를 이어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총회에서는 H기획처장은 “대학혁신지원 사업의 성격은 결국 평가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은 대학들도 잘 알고 있다”며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제정해 재정 활용의 자율성을 보장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13년 동안 동결돼 있는 등록금을 올릴 수 있도록 해줘서 대학의 어려움을 타개해야 한다”며 고등교육재정의 근본 구조 전환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기획처장협의회는 대학의 재정문제에 대해 꾸준히 의견을 수렴하고 교육부에 의견을 전달할 방침이다.

허정윤 기자 grow@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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