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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화 된 대학…대학 재정지원 사업이 정부 종속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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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교육정책을 평가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에서 대학 재정지원사업으로 인해 오히려 대학이 교육부에 종속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26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새 정부 교육정책의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천세영 충남대 명예교수는 지금까지의 고등교육 정책을 두고 “대한민국의 대학은 좀비가 돼 왔다”고 발언해 이목을 끌었다.

천 명예교수는 “대학 재정지원‧평가 사업이 시작된 지 20여 년이 흐르면서 대학의 학문적 자유는 완전히 소멸됐다”며 “등록금 책정과 입시는 물론 학사운영, 학생지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이 획일적이고 경직적인 통제 규정에 얽매였고 대학은 교육부 눈치만 살피는 좀비가 돼 왔다”고 말했다.

대학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사업들이 결과적으로는 대학 경쟁력 약화를 가져왔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천 명예교수는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 문을 닫는다’는 문구를 인용하며 “이는 대학이 자립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대학 재정지원사업과 이른바 ‘반값등록금’으로 국가가 대학을 옥죈 탓”이라며 “대학은 국가가 관여할 곳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천 명예교수는 정부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대학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되레 대학 재정 유출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학들은 앞다퉈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최선의 전략을 세워야 했으며, 정부 퇴역 관료들을 교수와 총장으로 초빙하고 재정지원 사업보고서 작성 용역을 외주로 맡겨야 했다”며 “그렇게 대학 경영 컨설팅 시장이라 불리는, 듣도 보도 못했던 파생산업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천 명예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교육부의 대학 대상 재정지원 사업은 89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38개 등 정부 사업이 852개로, 총 14조2424억 원이 대학에 투입되고 있다. 천 명예교수는 이를 “14조 원을 투입하기 위해 800여 개의 명목이 생긴 것”이라고 표현하며 “대학은 정부의 입맛대로 온갖 규제를 받아가며 돈을 써야 하는데 이는 상당부분 대학 학문, 교육의 복잡 미묘한 구석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정지원 사업에 선정되기 위한 재정 ‘소비’가 발생하는 사이 반값등록금 정책은 대학 재정난에 결정타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천 명예교수는 “궁지에 몰린 대학이 돈을 구하는 가장 편한 방법은 등록금 인상일 듯 했지만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등록금 인상은 한계에 부딪혔다. 교육부와 정치권은 대학재정 지원 조건으로 등록금 인상을 법으로 제한했다”며 “대학은 교육부의 재정지원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유일한 자체 수입원이었던 등록금 수입을 묶어 놓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학생 수의 감소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게 되면서 재정 결손이 일어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전했다.

재정지원사업으로도 대학에 대한 재정난은 해소되지 않았고, 결국 대학 평가와 같은 규제는 대학 발전을 막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정경희 의원은 “많은 대학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특히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학들은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럼에도 현 정부의 지방대 정책은 획일화된 평가에 따른 기계적인 지원에 머물러 있어 각 지역의 특색에 맞는 대학발전과 인력 양성을 전혀 이끌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해진 국회 교육위원장은 “규제 중심의 고등교육정책은 글로벌 대학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고, 이는 국가경쟁력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등교육은 4차 산업혁명 시대 필요한 인재를 길러야 하지만 수많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시대와 국가가 요구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해 고뇌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으로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뒤따랐다. 홍후조 고려대 교수는 “지방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해 ‘지방’을 떼고, 공‧사립 유치원과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려야 한다”며 “초‧중‧고등학교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OECD 국가들의 평균보다 1.3배에 이르지만, 10년 여간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그것의 66% 수준으로 대학이 초‧중등학교보다 교육비가 저렴한 유례없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허지은 기자 jeh@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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