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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학과 정원 대폭 확대…우수 교원·재정 확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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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첨단산업 인재 양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현실과의 괴리나 불균형 우려가 있어 실질적인 대안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부에 과학기술 인재 육성을 위한 '발상의 전환'을 강력 주문한 이후, 교육부는 반도체 관련 학과 증원을 추진하는 등 첨단산업 인재육성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인력수급·재정확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고, 실용주의적 시각으로 특정 학과에 초점을 맞춰 단기간에 강화하는 정책이 학문·지역간 불균형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 반도체 전공 교수도 부족…우수 교원 확보하려면 재정 뒷받침돼야

먼저 대학에서는 정부에서 총 입학정원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미달하는 대학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특정학과의 정원을 늘리려면 다른 학과의 정원을 줄일 수밖에 없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

한 지방대학 관계자는 "반도체 학과 신설을 위해서는 대학 내 교수, 시설, 연구비, 행정역량을 나눠야 하므로 정원이 가장 첨예한 부분"이라며 "정원을 빼앗겨야 하는 기존 학과에서 쉽게 용인할 리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교육계와 학계에서는 대학들이 우수한 교수를 영입하고 연구비 등 재정을 확보해 양질의 교육을 보장할 대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인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학생 정원을 40∼50명 늘리면 교수 역시 3∼4명을 더 뽑아야 한다"며 "특히 기초를 다져야 하는 1·2학년을 가르칠 '강의 전담 교수'가 필요하단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적으로 반도체 전공 교수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전공 학부가 늘어나면 들어오는 등록금이 증가하고 교수에 대한 수요 또한 높아지면서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혁재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도 "학부 정원, 교원, 대학원생을 순서대로 늘려야 한다. 반도체는 석·박사급 인재도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반도체 교원 인력 수급난을 언급하며 "기업체와 교원의 월급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분을 정부에서 보조해주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김철우 고려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주임교수 역시 "정원을 늘리면 교수도 비례해서 많이 충원해야 한다"며 "반도체 관련 실습·실험 시설도 정부가 지원하면 학생들이 졸업 후 현장에서 일할 때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반도체 공정 첨단 장비에 조 단위의 돈을 쓰는 기업과는 달리, 학교가 그런 시설을 갖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부족한 면이 있다"며 "더 나은 교육을 위해서는 이런 곳에도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정원 늘리는게 능사일까…고용시장에 혼란 줄수도

다만, 고등교육 정책을 단기적으로 움직이면 산업과 인력 수급 불균형으로 오히려 고용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어 섬세한 시장·산업 조사와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관련 학과를 증설하고 정원을 늘린다고 해도 실제로 전공자가 산업계 적재적소에 배치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 기업체가 원하는 반도체 관련 인력이 고졸∼석·박사까지 학력별로 모두 다르고, 업계 환경변화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준호 서울대학교 자연대 학장은 "무조건 2만명을 뽑으라고 할 게 아니라 '연합전공' 확대 등 대안을 살펴봐야 한다"며 "학부 졸업을 한 학생들을 취직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식 같아 공감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대학원에 더 투자해야 한다"며 "이곳에서 연구 인력을 키워 생태계가 돌아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첨단기술 분야는 시장 변화 속도가 빠르고 기업의 해외이전 등 산업계 변수가 많은 데 반해, 학과를 조정하면 졸업 시점에 배출되는 전공자 수는 명확하다"며 "면밀한 수요 예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출되는 인력의 숫자는 정해져 있는데 업계의 수요 규모는 계속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첨단산업 인재 양성의 초점이 '반도체'에 맞춰진 점도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기초학문은 물론이고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메타버스,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다양한 분야에 맞는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커졌고 새 정부도 인수위 시절부터 이를 강조해왔는데, 갑자기 '4차 산업혁명=반도체 인력'으로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한 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메타버스 인력이 부족하면 메타버스 학과를 늘리겠느냐"라고 반문하며 "반도체 학과를 집중적으로 만들어놓았을 때 학생들에게 정말 인기가 있을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교육부=경제부처' 인식 위험"…교육계 우려

학생들이 학문을 공부하고 연구해야 할 대학의 가치를 실용적으로만 접근하면 안 될뿐 아니라, 특정 학과 정원을 단기간에 늘리는 것이 4차 산업혁명 대비 교육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초·중등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아우르는 창의·융합적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은 특정한 분야가 아니라 다양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부의 가치만 창출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라며 "교육부를 경제부처라고 해야한다는건 교육이라는 영역에서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는 관점"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분야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10일 논평을 내고 "국가가 교육을 경제발전의 방편으로 보거나, 국가 발전의 도구로 접근할 때 생기는 심각한 문제는 이미 지난 세기의 역사가 교훈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창의성, 협동, 공감, 갈등 관리, 책임감, 시민성 등이 앞으로 학생들에게 중요한 역량이 될 것"이라며 "교육적 혁신을 경제논리에 귀속시키기보다는 학생 개개인의 자질이 발현되고 변혁적 역량을 구비할 수 있는 교육정책을 모색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이도연 오보람 윤우성 이승연 박규리 기자)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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