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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스포츠카 속도로 폐교되는데 대비는 달팽이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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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속도로 폐교되는 한계대학에 대한 사전관리와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고등교육 현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남아도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일본처럼 사립대 경상비 보조금으로 지원해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폐교된 대학은 총 19개교지만 이 가운데 1개 대학만이 청산을 완료했다. 현재 한국사학진흥재단은 교육부와 함께 폐교대학종합관리 사업을 통해 재적생들의 특별편입학, 기록물 전담관리, 청산지원 융자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계대학에 대한 사전 관리와 규제 완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진단이 나온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조해진 위원장‧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사학진흥재단 주최로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역사회 위기, 폐교대학 정책 대안을 모색하다’ 토론회에서 고등교육 정책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 “폐교 이후 사후지원에서 폐교 이전 사전 관리로” = 그동안 정부의 폐교대학 종합관리 사업이 폐교 이후 사후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제는 폐교 이전 단계에서 사전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폐교대학 실태와 KASFO의 역할 및 과제’를 주제로 발표한 송지숙 한국사학진흥재단 폐교대학종합관리센터장은 이 같이 진단하며 향후 사전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지숙 센터장은 사전 관리의 일환으로 새 정부의 국정과제와 연계해 한계 사학의 경영 개선 및 자발적 구조 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가칭)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 특별법’ 제정 추진을 언급했다. 한계대학 평가와 컨설팅도 대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사립대학 재정진단으로 ‘경영위기대학’을 지정하고 경영 자문 및 이행점검을 통해 구조개선 지원과 함께 퇴로 방안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한수 경기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립대에 대한 경상비 지원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대학들의 폐교 속도는 스포츠카 속도인데 교육 당국의 준비 수준은 달팽이 속도”라며 일본의 사례를 제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일본도 사립대가 77.4%를 차지할 정도로 사립대 비중이 크다. 그는 “일본은 10년 전부터 사립대 30%가 입학정원을 못 채우는 상황임에도 폐교 대학은 2000년대 들어 10개교에 불과할 정도로 한국보다 적게 발생한다”며 그 차이를 사립대에 대한 경상비 지원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일본은 사학진흥조성법에 따라 인건비부터 경상비 11개 항목에 50%를 보조해 한국처럼 사립대 비중이 큰데도 폐교대학은 오히려 적은 차이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배웅규 중앙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한국사학진흥재단의 ‘폐교대학 관리사업’ 등의 대책이 주로 사후관리에 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향후 예측되는 한계 대학의 상황을 고려할 때 당장의 현안과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보다는 근본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책 마련을 통해 장기적 관점에서 사회적 비용 최소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박준성 교육부 사립대학정책과 과장도 사전관리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박준성 과장은 “한계사학들이 경영위기에서 갑작스런 폐교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종합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유휴재산 활용 확대 등 규제 완화 발맞춰야 = 학생 미충원과 재정 악화로 경영 위기에 놓인 대학이 스스로 개선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송지숙 센터장은 “사립대학이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재정 여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유휴재산의 활용 확대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운영비 지원도 고려해 봄직하다. 송 센터장은 “일시적 운영비가 부족한 대학에 교직원 임금이나 명예퇴직자 퇴직금 지급, 세금 납부 등 긴급하게 필요한 자금 차입을 허용해 한계대학의 숨통을 틔워줄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한수 교수는 특정 목적으로만 쓰일 수 있게 한 적립금을 경상비로 쓸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 교수는 “대학이 쌓아놓은 적립금은 특정목적과 임의목적으로 나뉘는데 특정목적 적립금은 정해진 한도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며 “운영손실이 발생해서 보존이 어렵다면 기존 특정목적 적립금을 경상비로 쓸 수 있게 허용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규제특례 적용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박준성 과장은 “한계대학에 규제특례를 적용해야 생존이 가능하다”며 “한계사학을 사립대나 여러 법인에 준해 처리하면 제대로 구조개선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한계대학이 지역 안에서 살아남게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승한 법률사무소 바로 변호사는 복잡한 재산 매각 절차에 대한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현행 사립학교법에서는 청산법인의 경우 재산 매각을 위해서는 관할청의 처분 허가를 받아 재산 매각 절차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관할청은 두 개 이상 감정평가법인의 감정평가를 받아 산술평균액 이상으로 처분허가를 신청하도록 하면서 감정평가액 이상으로만 처분하도록 허가하고 있다. 남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과도한 감정평가 비용이 발생해 청산법인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 폐교대학 부지, 지역발전 관점에서 활용해야 = 폐교대학 부지가 지역사회 자원으로 잠재력이 높은 만큼 지역발전 관점에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웅규 교수는 “대학 부지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입지와 접근성, 규모있는 건물, 주변지역 캠퍼스타운 형성 등으로 활용 여건이 비교적 우수하다”며 지역사회 자원으로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지자체가 폐교대학 부지를 우선 활용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 변경 등을 통해 보다 가치있게 해당 부지와 건물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한수 교수도 “폐교대학이 보유한 건물 등을 해당 시‧군에서 인수해 적절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기숙사는 개조 후 임대아파트로 이용할 수 있고 강의실과 연구실은 개조 후 사무실 등으로 임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폐교대학이 소재한 해당 시‧군의 재정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시‧군에서 인수하기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용도로의 변경 가능성도 언급했다. 김 교수는 “폐교대학이 보유한 토지와 건물을 매각해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으나 대부분 기존 건물을 철거하거나 사용한 후 토지를 국토계획법상 다른 용도로 변경해 토지의 가치를 높인 후 매각하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덕재 한국교수발전연구원 이사장은 대학 청산 후 국고로 귀속되는 자산을 LH공사 도시재생사업 노후건축물 정비사업 중 공공건축물 리뉴얼사업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이사장은 한국사학진흥재단의 청산지원 융자 사업의 한계에 대해 먼저 설명했다. 그는 “청산 절차가 완료되고 나면 청산인은 원리금을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납입해야 하는데 이게 어느 세월이 걸릴지 모른다”며 “재산가치는 하락하는데 활용 용도를 못찾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이 제시한 모델은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청산인에게 청산을 도울 수 있는 융자를 지원해 청산을 완료하면 잔여재산을 국고로 현물 귀속한다. 이후 교육부는 도시재생사업과 폐교대학을 연계한 계약을 체결해 지방 혁신도시 공공기관 공용연수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장혜승 기자 zzang@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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