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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규제·재정지원·획일적 평가 대폭 개선한다… 조만간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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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제 대학 총장들이 대학재정 문제 해소에 한 목소리를 냈다. 그동안 대학들은 학령 인구 감소 등으로 어려워진 재정 여건을 감안해 등록금 규제를 풀어달라고 꾸준히 요구해왔다. 이날 대교협 세미나에서도 대학 총장들이 가장 많이 거론한 주제가 대학 재정 문제였다. 열악한 재정과 각종 규제, 대학평가 등 구조적인 문제를 풀어야 대학의 경쟁력을 살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도 14년간 이어져온 대학 등록금 인상 규제를 풀 가능성을 시사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서 “대학 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에 교육당국과 재정당국간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24일 추가 설명을 통해 대학 등록금 규제 개선 방향·시기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전문가 및 학생·학부모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관계부처와 협의하여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6월 23일(목)부터 24일(금)까지 대구광역시 수성구 소재 인터불고호텔에서 전국 199개 회원대학 중 133개 대학총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학교육의 발전 방향과 대교협의 과제>를 주제로 하계 대학총장세미나를 개최했다.

▶ 대교협 홍원화 회장(경북대 총장)은 개회사에서 “대학은 점차 일상을 회복해 가고 있지만, 대학의 열악한 재정, 혁신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 자율성을 저해하는 대학평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위기 등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면서 “새 정부가 대학평가와 규제 개혁,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학사제도 유연화, 부실·한계대학 개선 등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대학재정 문제 해소를 위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 정책이 누락되었고, 대학에 대한 지자체의 권한 강화로 대학 자율성을 저해하는 방향을 제시하였으며,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대학과 지자체 간 상생의 정책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홍 회장은 "새 정부가 제시한 고등교육 정책은 과제별로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않아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수립될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23일(목) 세미나 첫째 날에는 “기조강연”과 “교육부와의 대화” 시간을 갖고 새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 방향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 황홍규 서울과학기술대학 교수는 '윤석열 정부 국정철학과 고등교육 정책방향'이라는 제목의 기조강연을 통해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력 양성을 위해선 대학 재정 안정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하고, 이를 위해 14년째 동결 중인 등록금 관련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 전문위원으로 참여했다.

황 교수는 △3주기 대학혁신지원사업 관련 규제 폐지 또는 완화 △국가장학금II 유형 참여 조건 조정 △국립대학 회계 규제 완화 △사립대 국가유공자 등록금 100% 국가 부담 △국립대 교원 정원 책정권 교육부로 이관 등의 건의사항을 제시했다.

황 교수는 교육부의 기능과 관련해서도 "고등학교 이하 업무는 가칭 지방교육협력협의회에 의한 공동관장으로, 고등교육 관련 관리적 업무는 가칭 고등교육지원센터를 신설해야 한다"며 "교육부는 교육인재개발부나 교육인적자원부로 재편해 인재양성과 인력수급 기능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현재 유·초·중등 학생만 사용 가능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대학에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 개선이 필요하며, 지역 대학에 대한 행정·재정적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위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정부의 주요 공약이 대학에 대한 자율성을 높이고 자발적인 혁신을 하도록 돕는 것”이라며 “중·장기적 인재양성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선 규제 개혁과 예산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 이에 대해 패널로 참여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대학 등록금에 대한 직·간접적 규제 완화 필요성에 대해 교육당국과 재정당국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다만 어떤 방식으로 풀 건지 고민하고 있는데, 조만간 결론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9년부터 14년간 묶여 있던 대학 등록금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어서 그 시기와 방법에 관심이 쏠린다.

장 차관은 “등록금을 올릴 수 없는 이유는 국가장학금 Ⅱ유형과 연계해 간접적으로 규제됐기 때문”이라며 “정부에서 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1일 공개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도 내년 상반기까지 국가장학금 Ⅱ유형과 연계한 등록금 동결 요건 폐지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2000년대 중반 대학 등록금이 가파르게 올라 학생·학부모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2009년 대학 근로장학사업 평가 항목에 '등록금 인상률'을 추가했다.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 등록금 인상 여부를 연계해 사실상 대학 등록금 동결을 유도한 것이다.

2010년에는 고등교육법을 정비해 각 대학이 최근 3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까지 등록금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받으려면 등록금을 올릴 수 없다. 국가장학금 Ⅱ유형은 평균 등록금을 동결·인하하고 교내장학금을 유지·확충한 대학에게 지원되기 때문이다. 국가장학금 Ⅱ유형 참여 조건이 대학 등록금 인상을 간접적으로 방어하는 요인이 된 이유다.

새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이날 하계 세미나에서는 총장들은 등록금 동결로 인한 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학들은 정부가 등록금을 사실상 동결하고 고등교육부문에 대한 재정 투자도 안정적으로 하지 않아 지방 사립대를 중심으로 많은 대학이 고사 위기에 놓여 있다고 지적해 왔다.

박노준 안양대 총장은 "등록금이 14년간 동결됐기 때문에 법인이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는 대학들은 살림이 어렵다. 사립대는 죽어난다"며 "법적으로 제도를 정비해 0.5%든 1%든 개선(인상할 수 있도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원대 김헌영 총장은 “14년 간 등록금이 동결되고 각종 대학 회계법 이후 대학 재정을 사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승현우 서울여대 총장은 “14년 간 대학이 등록금 동결돼 등록금을 올릴 수 없는 요인으로 작동했다”며 “이를 완화할 계획을 갖고 있느냐”고 질의했다.

장 차관은 이에 “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에 정부 안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구체적은 대안은 1~2년 끌 생각은 아니고 조만간에 저희가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장 차관은 또 “물가가 오르는 상승기에 규제를 푸는 타이밍을 언제로 할지 고민”이라며 “학부모나 학생이 가지게 될 부담을 어떻게 덜지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그런가 하면 장상윤 차관은 재정지원을 무기로 한 획일적 평가라는 비판을 받아온 대학 기본역량 진단사업을 올해 안에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장 차관은 “애초 구조개혁을 추진하려 대학평가를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교육부가 지표를 정해 대학이 통과하느냐 미달하느냐 식으로 획일적으로 평가했는데, 이런 획일적 평가는 이제 중단하겠다”면서 “한계대학을 제외한 대학에 대해 재정 지원을 폭넓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방식에 대해 “한마디로 하면 ‘선(先)재정지원-후(後)성과관리’”라고 소개했다. 대학이 낸 계획에 따라 우선 재정지원을 하고 목표한 성과가 나는지 중간 중간 평가하면서 더 지원할지 아니면 보완을 요구할지 식으로 평가를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이런 평가에서도 탈락하는 부실대학, 이른바 ‘한계대학’은 회생 기회를 줄 방침이다. 장 차관은 “한계대학은 규제 특례를 부여한다. 구조조정을 하면 적립금이나 교육용 재산 처분도 가능하도록 하고, 다른 대학과 통합하는 대학에 특례를 주려 한다. 그래도 어려우면 퇴로 방안을 마련해 다른 쪽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고 했다.

요약하면 한계대학이 아닌 대학에게는 대학이 스스로 성과 관리 목표를 짜서 정부에 제시하면, 이를 검토해 국고 등 사업비를 지원하겠다는 이야기다. 교육부는 대학 평가 제도를 이같이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진단제도 개선 협의회를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대학구조개혁 정책은 박근혜 정부에서 시작돼 지금껏 두 차례 개편된 후, 현재는 '투 트랙' 체계로 운용 중이다. 교육여건이 미흡하다고 평가된 재정지원제한대학을 먼저 솎아내고 나머지 대학들 중 '대학기본역량진단'을 실시해 통과 대학에 수십억대 국고를 지원한다.

한계대학은 '재정지원제한대학'과 선정되지 않았지만 쓰러지기 직전인 일부 대학을 말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교육부는 지난해 5월 한계대학에게 3단계에 걸쳐 기회를 준 뒤 컨설팅, 시정명령 등을 거치고 이를 이행치 않으면 폐교를 명령하는 방안을 내놨던 바 있다.

교육부는 올해 3주기 대학역량진단평가가를 완료했다. 이에 따라 2025년부터 시작하는 4주기 대학 대학역량진단평가부터 적용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 장 차관은 이날 등록금 규제를 포함한 각종 규제완화 방안과 함께 대학재정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장 차관은 “현재 고등교육재정은 초중등 교육재정에 비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할 정도로 재정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도적으로 특별법, 특별회계 재정, 다른 재원에서 가져오는 등의 모든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전국 시·도교육청 주요 재원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일부를 대학에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전국 시·도 교육감들과의 갈등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 이날 세미나에서는 정부의 반도체 인재 양성 정책이 수도권 중심으로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병수 고신대 총장은 윤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라는 정책 방향이 제시된 것을 언급하며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이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한다면 지방대학 시대라는 표어와 충돌이 된다. 굉장히 우려한다”고 말했다.

박맹수 원광대 총장은 "비수도권 대학만의 정책을 취해달라는 게 아니라 수도권-비수도권, 대규모-중소 대학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고등교육정책이 나와야 비로소 '지방대 시대'라는 말이 실감날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차관은 최근 이슈가 된 반도체와 같은 첨단분야 인재 양성과 관련해 "첨단분야 대학원은 대학설립·운영규정 4대 요건(교지, 교사, 수익용 기본재산, 교원) 가운데 교원 확보율만 충족하면 (교지·교사·수익용 재산 등) 나머지 규제를 폐지해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드릴 것"이라며 "현재 (관련법이) 법제처 심사 중"이라고 말했다.

▶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비수도권대학 총장들이 신입생 충원과 재정 운영의 어려움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특히 신입생 충원난까지 맞물려 지방대들은 고사 직전에 놓여있다. 현재 학령인구가 40만명대 중반이지만 12년 후에는 30만명 아래로 떨어져 '입학자원 절벽'이 예고돼 고등교육 지원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방대 육성 방안으로 지역인재투자협약제도를 도입하고 지자체-대학 협력 기반 지역혁신사업을 비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방안이다. 지자체에 지방대 행·재정 권한을 이양하는 '고등교육위원회'도 도입하기로 했다.

김헌영 강원대 대총장은 "지역인재투자협약제도나 고등교육위원회 신설은 모두 지자체와 수평적 관계를 전제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병수 고신대 총장은 "지방대 시대를 어떻게 이끌어낼지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 차관은 "지방대부터 재정을 좀더 지원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지역사회가 하나의 구심점이 되어 일자리를 찾고, 터전을 만들고, 지역발전 비전을 세울 지 방향에 따라서 지원해주려는 차원에서 고등교육위원회라는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라며 "비수도권이라고 모든 지역에 일률적으로 위원회를 만들어 탑다운(하향)식으로 추진하도록 의무화할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대학 규제를 해소하기 위한 기구도 이르면 내달 출범한다. 장 차관은 "산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대학규제개선위원회를 별도로 꾸린 뒤 지속적으로 규제 혁신 작업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며 "고등교육법을 고쳐 법정 기구화할 생각도 갖고 있지만 7월 법적 근거 없어도 위원회 구성해 활동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이명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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