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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서 푸대접받는 학문의 근본… 동국대 철학과 존폐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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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 죽기 좋은 철학쟁이라고 손가락질받아도 좋습니다. 우리는 학습권을 보장받기를 절실히 바랄 뿐입니다."

69년 전통을 이어온 동국대학교 철학과가 존폐의 기로에 놓이자 학생들이 반발하며 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1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동국대 철학과는 이번 학기를 끝으로 마지막 남은 '정년트랙 전임교원'인 유흔우 전임교수가 퇴임한다.

내년이면 3년 이하 단위로 계약을 맺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1명만 남게 돼 학과의 존립 자체가 불투명해지는 것이다.

사실상 학과 폐지 수순 아니냐는 위기감에 빠진 학생들은 청원서와 대자보를 통해 전임교수 충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동국대 철학과 21학번 박지현(20) 씨는 "소중한 공동체가 없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무엇보다 가장 크다"며 "우리가 지금까지 이어온 문화와 선후배 간 연대가 끊길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철학과 폐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유 교수 및 학생들과 잇따라 면담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학과가 사라지지 않더라도, 전임교수 부족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조승우 철학과 학생회장은 "전임교수가 없으면 우리는 학과 통폐합이 다가온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며 "학교 측과의 면담에서 철학과의 위급한 상황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대에 앞서 다른 대학들도 최근 수년간 철학과를 폐지하거나 통폐합했다. 철학이 인문학은 물론 모든 학문의 토대가 되는 '근본'이지만, 실용 학문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대학 내에서 점점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원광대는 지난 3월 철학과 폐지를 결정했고, 경남대 철학과는 2014년부터 신입생을 뽑지 않아 지난해 8월 마지막 남은 학생 2명이 졸업한 뒤 문을 닫았다.

대진대는 2016년 철학과와 사학과를 역사문화콘텐츠학과로 통폐합했고, 한남대는 철학과를 없애고 2014년 철학상담학과를 만들었다.

이석재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대학은 실용적인 능력을 키우는 곳이기도 하지만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근본적 고민을 해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한데, 그런 고민을 돕는 학문이 위축되는 건 무척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철학과 인문학이 삶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굉장히 밀접하다"며 "직장과 같은 집단에서 갈등을 지혜롭게 해소해 바람직한 목표를 추구하는 것도 결국 철학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를 한 번이라도 주체적으로 고민해본 사람들이 주축이 되는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는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윤철 기자 newsje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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