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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 잘못 잡은 반도체 인력 양성…학과 늘리기 급급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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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반도체 분야 인재양성을 위해 대학 정원 규제를 허물고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역구분 없이 모든 대학에 관련 학과 정원 증원을 허용하고 계약학과에 해당되는 기존 규제도 적용할 방침이다. 반도체 대학과 대학원을 신설해 추가 지원하고 계약학과도 늘린다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알맹이가 빠진 대책’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관계 부처 합동으로 지난 19일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반도체 학과 확대와 인력양성을 위한 위한 규제 개선과 재정 지원이다.

정부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양성을 위해 정원제도와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우선 반도체 등 첨단분야의 경우 학과 신·증설 시 ‘대학설립운영규정 4대 요건’인 교지, 교원, 교사, 수익용기본재산 중 교원확보율만 100% 충족하면 정원 증원을 허용키로 했다.

계약정원제도 도입된다. 대학이 이미 설치된 첨단분야 학과 내에 별도의 정원을 한시적으로 추가해 운영하는 형태다. 기존 계약학과의 규제도 개선한다. 첨단분야에 한해 계약학과 모집정원 한도와 권역제한 기준 등 기존 규제 적용도 제외할 방침이다.

정부는 반도체 분야에 대한 재정 지원 계획도 밝혔다. 반도체 세부 분야별 특성화대학원을 지정해 산업·기술분야의 고급인재를 양성하기 위함이다. 교육부, 산업부, 과기정통부가 △반도체 특성화대학원 △인공지능 반도체대학원 등을 추가 지정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발표 이후 ‘숫자 늘리기’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라는 주문에 학과 늘리기에만 집중해 본질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경북대에서는 반도체 학과가 없지만 메이저 반도체 기업에 매년 250명이 취업하는데 출신 학과를 보면 자연대, 화학과, 물리학과 졸업생도 많다”며 “반도체 학과를 만들어 반도체 인력을 만든다는 건 넌센스다. 반도체 학과에서 모든 공정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은 뭘 모르는 소리”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규제 혁신으로 반도체 등 첨단분야 학과를 신·증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학은 교원확보만 충족되면 정원 증원을 허용한다. 그러나 특정 분야의 학과만 혜택을 주고 신·증설을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의문이 나온다.

특히 정원 증원에 따른 비수도권 대학의 반발도 예상된다. 정부가 계획하는 반도체 관련 인력 양성 규모는 2031년까지 15만 명이다. 그중 대학 정원을 통한 인력이 4만 5000명으로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 증원을 한 해에 약 5700명으로 잡았다. 대학원 1102명, 일반대 2000명, 전문대 1000명, 직업계고 1600명을 합산한 수치다.

학부 증원이 예상되는 2000명 가운데 상당 부분은 수도권 대학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김일수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40개 대학에 수요조사를 한 결과 수도권은 14개교에서 1266명, 지방은 6개교에서 315명 증원 의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전호환 동명대 총장은 “지금도 대학 졸업 자원이 남아 산업계와의 미스매치 현상이 벌어지는상황에서 산업에서 필요하다고 다 증원을 해주면 어떻게 하느냐”며 “핵심은 반도체 인력을 양성해 달라는 것이지 학과를 늘려달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도체는 물리, 재료, 소재, 나노, 공정, 전기 등 전 분야가 다 포함되는 분야로 대학 내 학사개편과 정원 조정을 통해 반도체 관련 학과를 만들면 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이에 정부는 지역대학에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김일수 실장은 지난 브리핑에서 “예를 들어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특성화대학에 30억 원을 지원한다면 지방에 있는 반도체 특성화 대학에는 한 60억 원 정도, 2배 정도를 더 집중 지원하겠다”며 “지방에 4개 권역 정도로 반도체 공동연구소 권역별 허브를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방식의 재정 지원 역시 ‘기울어진 운동장’을 원상복귀하기에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간 재정 간극이 급격히 벌어진 상황에서 예산을 좀 더 준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게 없다는 회의적인 의견이 나온다.

이우종 청운대 총장은 “지방은 이미 거의 재난 수준의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피해를 봤다. 심폐소생술 수준을 지원을 해줘야 하는 것이 당연한 명제”라며 “그런데 마치 수도권에 반도체 학과 증원을 허용하는 대신에 지역에 좀 더 지원을 해주는 것 같은 모양새다”라고 비판했다.

홍원화 총장은 인바운드가 아닌 아웃바운드를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홍 총장은 “서울에서 졸업한 학생을 구미나 창원 공장에 두면 1년을 못 버티고 나간다. 반도체 산업의 미스매치가 문제인 것”이라며 “몇 명을 늘리자는 인바운드가 아닌 현장과 사무실에 필요한 적정 인력과 인원을 분석하는 아웃바운드를 생각하고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지희 기자 easy@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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